채권이 무엇인지부터 시작해, 지금 왜 금리가 오르는지, 그리고 그 금리가 어떤 경로로 내 계좌를 흔드는지까지 한 번에 정리했습니다.
2026년 9월 8일 기준
미국 국채 10년물 4.78%
미국 국채 30년물 5.24%
연준 기준금리 3.50–3.75%
브렌트유 $99 · S&P 500 7,709
한국 국고채 10년물 4.35%
요즘 증시 코멘트를 읽다 보면 결론이 늘 같은 곳으로 흘러갑니다. “금리 때문에.” 지수가 빠져도 금리 때문이고, 반도체가 흔들려도 금리 때문이고, 환율이 튀어도 금리 때문입니다.
그런데 정작 그 '금리'가 무엇을 가리키는지는 잘 설명해 주지 않습니다. 연준이 정하는 그 금리일까요, 아니면 뉴스에 나오는 '미국 10년물 국채금리'일까요? 둘은 같은 것일까요? 국채금리가 오른다는 건 국채를 산 사람에게 좋은 일 아닌가요? 그런데 왜 주식이 빠질까요?
이 글은 그 빈칸을 채우기 위한 글입니다. 채권을 한 번도 사본 적 없어도 됩니다. 필요한 개념은 처음부터 짚고 갑니다. 다만 개념만 설명하고 끝내지는 않습니다. 2026년 9월 지금 시장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일을 재료로 삼아, 개념이 어떻게 숫자로 나타나는지까지 함께 봅니다.
이 글의 구성
PART 1~2는 채권과 금리의 기초, 그리고 지금 금리가 어디까지 왔는지를 다룹니다. 채권을 아는 분은 건너뛰어도 됩니다.
PART 3은 금리를 밀어 올린 다섯 가지 원인을 하나씩 해부합니다. 중동, AI 투자, 재정적자, 일본이 여기 모두 나옵니다.
PART 4는 이 글의 핵심입니다. 금리가 정확히 어떤 경로로 주가를 움직이는지 세 갈래로 나눠 설명합니다.
PART 5~6은 연준의 현재 스탠스와, 투자자가 매주 실제로 확인해야 할 지표를 정리합니다.
PART 1 · 채권, 5분이면 됩니다
주식만 해 본 사람에게 채권은 낯선 물건입니다. 하지만 알아야 할 개념은 사실 네 개뿐입니다. 이 네 개만 잡으면 뉴스에 나오는 금리 이야기의 90%는 읽힙니다.
채권은 결국 '차용증'입니다
주식을 사면 여러분은 그 회사의 주인이 됩니다. 지분을 갖는 것이죠. 회사가 잘되면 몫이 커지고, 망하면 0이 됩니다.
채권을 사면 여러분은 그 회사(또는 정부)에 돈을 빌려준 사람이 됩니다. 주인이 아니라 채권자입니다. 회사가 아무리 잘돼도 여러분이 받는 돈은 정해진 이자와 원금뿐입니다. 대신 회사가 어려워져도 주주보다 먼저 돈을 받습니다.
채권에는 세 가지 숫자가 적혀 있습니다. 액면가(만기에 돌려받을 원금), 표면금리(쿠폰, 매년 받을 이자율), 만기(언제 원금을 돌려받는지). 미국 정부가 발행한 것이 미 국채(Treasury), 그중 만기 10년짜리가 뉴스에 매일 나오는 10년물입니다.
가장 중요한 한 가지: 가격과 금리는 반대로 갑니다
여기가 채권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천천히 따라오세요.
여러분이 위 채권을 100만 원에 샀습니다. 매년 4만 원을 받기로 되어 있죠. 그런데 이 '4만 원'은 이미 종이에 인쇄된 숫자라 절대 바뀌지 않습니다.
그런데 다음 달, 시장 상황이 변해서 새로 발행되는 똑같은 조건의 채권이 5% 이자를 준다고 합시다. 새 채권은 매년 5만 원을 줍니다. 이제 여러분의 4만 원짜리 채권을 누가 100만 원에 사려고 할까요? 아무도 사지 않습니다.
여러분의 채권이 팔리려면, 가격이 떨어져야 합니다. 예를 들어 92만 원 정도로 내려가면, 그 가격에 사는 사람 입장에서는 4만 원의 이자가 투자원금 대비 약 4.3%가 되고, 만기에 100만 원을 돌려받으니 차액 8만 원의 이익까지 더해져 대략 5%의 수익률이 맞춰집니다. 그제서야 새 채권과 경쟁이 됩니다.
시장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이 떨어진다. 채권 가격이 떨어지면 그 채권의 수익률(금리)이 오른다. 같은 사건을 두 가지 방식으로 말한 것뿐입니다.
연준이 정하는 금리와, 시장이 정하는 금리는 다릅니다
많은 분이 헷갈리는 지점입니다. 연준(Fed)이 결정하는 것은 딱 하나, 초단기 금리입니다. 은행끼리 하룻밤 돈을 빌려줄 때 적용되는 금리죠. 지금 그 범위가 연 3.50~3.75%입니다. 연준 위원들이 회의에서 투표로 정합니다.
반면 뉴스에 나오는 10년물 국채금리는 아무도 '정하지' 않습니다. 전 세계 연기금, 보험사, 은행, 헤지펀드가 매일 국채를 사고팔면서 만들어지는 가격의 결과일 뿐입니다. 연준이 회의에서 아무 일도 하지 않아도 10년물은 매일 움직입니다.
비유하자면 연준은 강 상류의 수문입니다. 수문을 열고 닫으면 하류 수위에 분명 영향을 줍니다. 하지만 하류의 수위를 결정하는 건 수문만이 아닙니다. 비가 얼마나 오는지(물가), 지류에서 물이 얼마나 흘러드는지(국채 공급), 하류에서 물을 얼마나 퍼 쓰는지(투자 수요)도 함께 작용합니다.
수익률 곡선 — 만기별 금리를 이은 선
국채는 만기가 다양합니다. 1개월짜리부터 30년짜리까지 있죠. 이 만기별 금리를 점으로 찍고 이으면 수익률 곡선(yield curve)이 됩니다. 채권시장 사람들이 아침에 가장 먼저 보는 그림입니다.
정상적인 상태에서는 만기가 길수록 금리가 높습니다. 돈을 오래 묶어 둘수록 불확실성이 크니 더 받아야 하니까요. 반대로 짧은 금리가 긴 금리보다 높아지는 것을 '역전'이라고 하는데, 역사적으로 경기 침체의 전조로 읽혀 왔습니다.
지금 미국 곡선은 정상적으로 우상향하고 있습니다. 다만 그 위치 자체가 통째로 높아졌고, 특히 맨 오른쪽 끝(30년물)이 유난히 가파르게 들려 있다는 게 지금 시장의 특징입니다.
bp가 뭔가요
기사에 “10년물이 8bp 올랐다”는 표현이 자주 나옵니다. bp(베이시스포인트)는 0.01%p입니다. 100bp = 1%p이죠.
주식은 하루 3% 움직여도 대수롭지 않게 보지만, 채권은 0.05%p만 움직여도 뉴스가 됩니다. 시장 규모가 워낙 커서 0.01%p 차이가 수십조 원의 손익으로 바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소수점을 잘게 쪼개 부르는 전용 단위를 씁니다.
PART 2 · 지금 금리는 어디까지 왔나
개념을 알았으니 이제 좌표를 찍어 봅시다. 2026년 9월의 금리는 지난 20년을 놓고 봐도 흔치 않은 자리에 와 있습니다.
연준은 9개월째 손을 놓고 있는데, 금리는 계속 올랐습니다
이 글에서 가장 중요한 그림이 다음 도표입니다. 연준은 2025년 9월·10월·12월에 세 차례 금리를 내린 뒤, 2026년 들어서는 일곱 달 동안 단 한 번도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7월 회의까지 다섯 번 연속 동결이었죠.
그런데 같은 기간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4.05%에서 4.78%로 0.73%p나 올랐습니다. 연준은 가만히 있었는데 시장금리만 혼자 올라간 겁니다. 이 격차가 지금 시장이 불안한 진짜 이유입니다.
그리고 이건 미국만의 일이 아닙니다
블룸버그가 집계하는 글로벌 국채지수의 평균 금리는 최근 3.72%까지 올라 2008년 중반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 됐습니다. 미국·일본·한국·독일·캐나다가 동시에 오르고 있습니다. 캐나다 30년물은 2010년 이후, 독일 장기금리는 2011년 이후 최고 수준입니다.특히 눈에 띄는 건 한국입니다. 국고채 10년물이 1년 사이 1.52%p 올랐는데, 이는 미국(0.72%p)의 두 배가 넘는 상승폭입니다.
PART 3 · 금리를 밀어 올린 다섯 개의 엔진
연준이 멈춰 있는데 장기금리가 오른다면, 원인은 연준 바깥에 있습니다. 지금 작동하고 있는 엔진은 다섯 개입니다. 각각 성격이 다르고, 각각 다른 시점에 꺼질 수 있습니다.
엔진 01 — 물가가 5년째 목표 위에 있습니다
채권 투자자에게 인플레이션은 가장 직접적인 적입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10년 뒤에 100만 원을 돌려받기로 했는데 그동안 물가가 3%씩 오르면, 그 100만 원의 구매력은 74만 원어치로 쪼그라듭니다. 그래서 물가가 불안하면 채권 투자자는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하고, 그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채권을 팔아 버립니다.
지금 미국 물가는 내려오고는 있지만 목표에 닿지 못하는 애매한 상태입니다. 7월 소비자물가(CPI)는 전년 대비 3.4%로 두 달 연속 둔화했고 근원 CPI는 2.5%까지 내려왔습니다. 여기까지는 좋은 소식입니다.
문제는 연준이 실제로 보는 지표인 PCE 물가입니다. 8월 잭슨홀 회의에서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이 직접 제시한 숫자는 이렇습니다. 12개월 기준 PCE 3.7%, 최근 6개월 연율로는 4.1%. 최근 흐름이 오히려 더 나쁘다는 뜻입니다. 게다가 PCE 구성 항목의 54%가 지난 1년간 3% 넘게 올랐습니다. 팬데믹 이전 이 비율은 32%였습니다. 몇몇 품목이 아니라 물가 상승이 넓게 퍼져 있다는 신호입니다.
엔진 02 — 중동이 물가에 다시 불을 붙였습니다
2026년 내내 시장을 흔든 변수는 중동입니다. 미국과 이란의 군사 충돌이 이어지고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 위험이 부각되면서 유가가 급등했습니다. 브렌트유는 배럴당 99달러 선으로, 한 달 만에 13%, 1년 전보다는 49% 올랐습니다.
유가는 물가 지표에 가장 빠르고 가장 눈에 띄게 반영되는 항목입니다. 7월 CPI에서 휘발유는 전년 대비 24.6% 올랐습니다. 물가 전체가 3.4%인데 휘발유만 24.6%라면,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물가와 기대하는 물가는 지표보다 훨씬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여기가 중요합니다. 기대 인플레이션이 오르면 채권 투자자는 곧바로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합니다. 연준이 무엇을 하든 상관없이 말이죠. 중동 뉴스가 나온 날 미국 국채금리가 튀는 것은 이 경로 때문입니다.
엔진 03 — 빅테크가 채권시장의 큰손이 됐습니다
이 대목은 주식 투자자에게 특히 중요합니다. AI 이야기가 채권시장을 거쳐 주식시장으로 돌아오는 경로이기 때문입니다.
원래 빅테크는 채권시장에 거의 나타나지 않는 존재였습니다. 현금이 넘쳐났으니까요. 투자자들과 사실상 “우리는 빚 안 냅니다”라는 무언의 계약을 맺고 있던 셈입니다.
그런데 AI 데이터센터 투자 규모가 영업현금흐름을 넘어서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이들이 채권시장으로 걸어 들어왔습니다. 알파벳·아마존·메타·마이크로소프트·오라클 다섯 곳이 2026년 8월 10일까지 발행한 채권만 약 2,200억 달러입니다. 원화로 300조 원이 넘습니다.
이게 왜 금리를 올릴까요? 두 가지 이유입니다.
첫째, 돈의 총량은 정해져 있습니다. 채권을 사려는 자금은 무한하지 않습니다. 빅테크가 2,200억 달러어치를 가져가면, 그만큼 다른 채권(국채 포함)은 더 높은 금리를 줘야 팔립니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구축 효과(crowding out)가 채권시장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셈입니다.
둘째, 수요가 식고 있다는 신호가 나옵니다. 발행 때 몰리는 주문이 발행액의 몇 배인지를 보는 지표가 있는데, 하이퍼스케일러 채권의 이 배수가 2월 5배 수준에서 7월에는 2배 미만으로 떨어졌습니다. 사려는 사람이 줄면 발행자는 금리를 더 얹어 줘야 하고, 그 금리는 다시 시장 전체의 기준을 끌어올립니다.
채권시장이 걱정하는 미스매치
AI 서버의 핵심인 GPU는 3~5년이면 구형이 됩니다. 그런데 그 GPU를 사기 위해 발행한 채권의 만기는 10년, 20년, 심지어 2066년까지 있습니다. 자산은 5년 만에 낡는데 빚은 40년을 갚아야 하는 구조입니다.
여기에 하나 더. AI 수요의 상당 부분이 생태계 안에서 서로 투자하고 서로 사 주는 순환 구조라는 지적이 있습니다. 최종 사용자의 검증된 수요가 아니라면, 어느 한 고리가 끊길 때 충격이 인프라 업체와 모델 개발사로 집중될 수 있습니다.
주식 투자자에게 이 문제는 이렇게 돌아옵니다. 조달금리가 오르면 AI 투자 속도가 조절됩니다. 그리고 AI 밸류체인 종목들의 실적 기대는 그 투자 속도에 얹혀 있습니다.
엔진 04 — 국채가 계속, 아주 많이 발행되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는 지출이 세입보다 많으면 그 차액을 국채를 팔아 메웁니다. 그런데 그 차액이 지금 역사적으로 큽니다. 2026 회계연도 첫 10개월 동안에만 1조 8,000억 달러를 빌렸는데, 이는 2025 회계연도 1년 치 전체보다 많은 금액입니다. 7월 한 달에만 4,320억 달러, 하루 140억 달러꼴이었습니다. 총 국가부채는 40조 달러에 다가서고 있습니다.
국채가 많이 발행된다는 건 채권시장에 매물이 계속 쏟아진다는 뜻입니다. 물건이 넘치면 값이 내려가고, 채권 값이 내려가면 금리는 올라갑니다. 도표 03에서 본 ‘기간 프리미엄’이 커지는 대표적인 경로가 바로 이것입니다.
엔진 05 — 일본이 30년 만에 돌아왔습니다
한국 투자자에게 가장 낯설지만, 어쩌면 가장 중요한 엔진입니다.
일본은 30년 가까이 사실상 제로 금리였습니다. 그래서 전 세계 투자자들은 일본에서 거의 공짜로 돈을 빌려 미국 국채나 미국 주식을 사 왔습니다. 이것을 엔 캐리 트레이드라고 부릅니다. 일본의 저금리가 사실상 세계 자산시장에 값싼 연료를 공급해 온 셈입니다.
그런데 일본은행(BOJ)이 정상화에 나서면서 그 연료 가격이 오르고 있습니다. 일본 10년물 국채금리는 2.89%로 1년 만에 1.33%p 올라 27~28년 만의 최고 수준이고, 장기금리는 30년 만에 3%를 넘어섰습니다. 엔·달러 환율은 160엔 근처에서 미국 재무장관이 일본의 시장 개입 가능성을 언급할 정도로 불안합니다.
일본 국내 금리가 오르면 일본 자금은 굳이 해외에 나갈 이유가 줄어듭니다. 집에서도 3%를 주는데 환율 위험을 무릅쓸 필요가 없으니까요. 그 자금이 돌아오는 만큼 미국 국채를 사 주던 손이 줄고, 미국 금리는 위로 밀립니다.
PART 4 · 금리는 어떻게 주가를 흔드는가
여기서부터가 이 글의 본론입니다. 금리와 주가의 관계는 “금리 오르면 주식 빠진다”는 한 줄로 요약되지 않습니다. 실제로는 성격이 완전히 다른 세 개의 경로가 동시에 작동합니다.
경로 1 — 할인율: 미래의 돈이 싸집니다주가는 결국 그 회사가 앞으로 벌어들일 돈을 지금 가치로 환산한 값입니다. 그런데 미래의 100만 원과 지금의 100만 원은 같지 않습니다. 지금 100만 원이 있으면 국채를 사서 이자를 받을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미래의 돈을 현재 가치로 바꿀 때는 이자율만큼 나눠 줍니다. 이때 나누는 수가 바로 금리입니다. 금리가 커지면 나누는 수가 커지고, 미래의 돈은 더 작아집니다.
숫자로 보면 훨씬 분명해집니다.
이 성질에 붙은 이름이 듀레이션(duration)입니다. 원래는 채권 용어인데, 주식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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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주는 ‘단기채’를 닮았습니다. 은행, 통신, 정유, 배당주처럼 지금 당장 이익이 나오는 기업은 현금흐름이 앞쪽에 몰려 있습니다. 금리가 올라도 상대적으로 덜 깎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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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주는 ‘초장기채’를 닮았습니다. AI, 바이오, 플랫폼, 신재생처럼 이익의 대부분이 먼 미래에 있는 기업은 현금흐름이 뒤쪽에 몰려 있습니다. 금리가 오르면 훨씬 크게 깎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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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츠와 배당주는 채권의 사촌입니다. 정해진 현금을 꾸준히 주는 구조라 국채와 직접 경쟁합니다. 국채금리가 오르면 이들의 매력은 곧바로 상대적으로 떨어집니다.
경로 2 — 경쟁: 위험 없이 4.8%를 주는 상대가 생겼습니다
주식은 늘 다른 자산과 경쟁합니다. 그리고 그 경쟁 상대 중 가장 강력한 것이 미국 국채입니다. 미국 정부가 망하지 않는 한 원리금을 보장하고, 언제든 팔 수 있고, 지금 연 4.78%를 줍니다.
이걸 주식과 비교하려면 주식의 수익률도 같은 단위로 바꿔야 합니다. 그 지표가 이익수익률(earnings yield)인데, PER을 뒤집으면 됩니다. PER 20배는 이익수익률 5%(1÷20), PER 25배는 4%(1÷25)입니다.
지금 S&P 500의 12개월 선행 PER은 약 21배입니다. 뒤집으면 이익수익률은 약 4.8%. 그런데 10년물 국채가 4.78%입니다.
주식이 위험을 감수한 대가로 받는 초과 수익률이 사실상 0에 가까워졌습니다.
이 차이(이익수익률 − 국채금리)를 주식 위험 프리미엄(ERP)이라고 부릅니다. 주식이 채권보다 얼마나 더 매력적인지를 재는 자입니다. 이 자가 지금 거의 눈금 0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경로 3 — 실물: 이자 부담은 실제 비용입니다
앞의 두 경로가 ‘가격표를 다시 매기는’ 이야기라면, 세 번째는 실제로 돈이 나가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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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 회사채 금리는 국채금리에 신용 가산금리를 얹어 정해집니다. 국채가 오르면 모든 기업의 조달비용이 함께 오릅니다. 특히 만기가 돌아와 차환(리파이낸싱)해야 하는 기업은 낮은 금리를 높은 금리로 갈아타야 하고, 그만큼 이익이 줄어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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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 많은 기업 —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는 기업이 늘어납니다. 저금리 시절에 버티던 한계 기업이 가장 먼저 흔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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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 주택담보대출·자동차할부·카드 금리가 오르면 소비 여력이 줄고, 이는 기업 매출로 되돌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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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 이자 지출이 늘면 다른 데 쓸 돈이 줄고, 부족분을 다시 국채로 메우면서 엔진 04가 더 세게 돕니다.
덧붙여: 채권이 더 이상 방패가 아닙니다
전통적인 “주식 60 : 채권 40” 포트폴리오는 주식이 빠질 때 채권이 오른다는 전제 위에 서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12개월 주식과 채권의 상관계수는 +0.25입니다. 양(+)이라는 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뜻입니다.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도 떨어지고 주식도 떨어지는 국면에서는, 채권을 담아 둬도 분산 효과가 나지 않습니다. 인플레이션이 시장을 지배할 때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중요한 뉘앙스 — 모든 금리 상승이 나쁜 것은 아닙니다
여기서 흔한 오해를 하나 풀고 가야 합니다. 역사적으로 금리가 오르는 동안 주가도 함께 오른 기간이 훨씬 많았습니다. 경기가 좋아서 금리가 오르는 국면이 그렇습니다.
중요한 건 왜 오르느냐입니다.
PART 5 · 연준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나
2026년의 연준은 작년의 연준과 사람도, 방식도 다릅니다. 그리고 이번 주 회의는 2년 만에 ‘인하’가 아니라 ‘인상’을 논의하는 자리입니다.
워시 체제 — 말을 줄이는 연준
케빈 워시 의장은 2026년 취임해 6월에 첫 회의를 주재했습니다. 그가 8월 잭슨홀 연설에서 던진 메시지는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첫째, 물가에 대한 반성입니다. “65개월간 이어진 높은 인플레이션의 책임은 온전히 중앙은행에 있다”고 말했습니다. 최근 여름 지표가 나아진 것도 “기저 흐름이 의미 있게 좋아졌다는 신호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둘째, 소통 방식의 변화입니다. 그는 연준이 앞으로의 금리 경로를 미리 알려 주는 포워드 가이던스가 “명료함이라는 이름으로 모호함을 만든다”고 비판하며 이를 줄이겠다고 했습니다. 시장은 연준 신호를 보고 움직이고 연준은 시장 가격을 보고 판단하는 ‘거울의 방’ 문제를 지적한 것입니다. 그의 표현은 “더 조용한 연준”이었습니다.
투자자에게 이게 무슨 뜻인가
연준이 미리 신호를 덜 준다는 것은, 시장이 경제지표 하나하나에 더 크게 반응하게 된다는 뜻입니다. 예전에는 연준이 미리 흘려 준 신호 덕에 CPI 발표일에도 시장이 어느 정도 준비돼 있었지만, 이제는 지표가 나오는 순간 가격이 통째로 재조정됩니다.
2026년 하반기 들어 CPI·고용 발표일마다 채권과 주식이 크게 흔들리는 배경 중 하나가 이 소통 방식의 변화입니다. 변동성 자체가 구조적으로 커졌다고 보는 편이 맞습니다.
지표가 정반대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7월 회의에서 연준은 금리를 동결했지만 표결은 9 대 3이었습니다. 세 명(해맥, 카시카리, 로건)이 인상에 표를 던졌습니다. 위원회 안에서 이미 균열이 시작된 겁니다. 그리고 8월 이후 나온 지표들은 이 균열을 더 벌려 놓았습니다.

PART 6 · 투자자가 실제로 볼 것
개념과 배경을 알았다면, 남은 건 매주 무엇을 확인할 것인가입니다. 다섯 개 엔진을 하나씩 감시할 수 있는 숫자들이 있습니다.

자주 보이는 오해 다섯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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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가 오르면 주식은 무조건 빠진다” — 아닙니다. 경기 회복으로 금리가 오르는 국면에서는 주가도 함께 올랐습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물가·재정·수급 때문에 오르는 금리, 그리고 속도가 빠른 금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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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이 금리를 내리면 주식은 오른다” — 왜 내리는지가 중요합니다. 물가가 잡혀서 내리면 호재지만, 경기가 나빠져서 내리면 인하 발표 뒤에도 주가가 계속 빠진 사례가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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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채금리는 연준이 정한다” — 연준이 정하는 건 하루짜리 초단기 금리뿐입니다. 10년물은 시장이 매매로 만듭니다. 2026년이 그 차이를 아주 선명하게 보여 준 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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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가 오르면 은행주는 좋다” — 예대마진 측면에서는 맞지만, 금리 상승이 대출 부실과 채권 평가손으로 이어지면 반대가 됩니다. 곡선이 가팔라지며 오르는지, 평탄해지며 오르는지에 따라 결과가 갈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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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은 안전자산이라 원금 손실이 없다” — 만기까지 들고 있으면 그렇지만, 중간에 팔면 다릅니다. 2022년 미국 장기국채 ETF는 30% 넘게 하락했습니다. 만기가 긴 채권일수록 주식만큼 변동성이 큽니다.
한국 투자자에게는 한 겹이 더 있습니다
한국 국고채 10년물은 4.35%로, 1년 사이 1.52%p 올랐습니다. 미국(0.72%p)의 두 배가 넘는 상승폭입니다. 미국 금리가 오르면 한국 금리는 따라 오르고, 여기에 국내 재정과 수급 요인이 얹히기 때문입니다.
증권가에서는 9월 코스피가 수요·환율·금리의 삼중고에 놓여 있다는 진단이 나옵니다. 3분기 실적이 2분기보다 낮아질 가능성, 달러 유입에 따른 원화 강세가 수출 채산성에 주는 부담, 그리고 연준 긴축 가능성에 따른 금리 상승이 겹친다는 것입니다. 한국투자증권은 9월 코스피 예상 범위로 6,200~7,400선을 제시하면서, 7,000선 부근에서 등락을 반복할 것으로 봤습니다.
다만 미국 금리 상승이 한국 증시에 늘 악재로만 작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금리 상승의 원인이 글로벌 성장 회복이라면 수출 기업의 이익 전망이 함께 올라오기 때문입니다. 결국 여기서도 질문은 같습니다. 이번 금리 상승은 좋은 쪽인가, 나쁜 쪽인가.
금리는 시장의 중력입니다
워런 버핏은 금리를 자산 가격에 작용하는 중력에 비유한 적이 있습니다. 중력이 약하면 가벼운 물건도 높이 뜨고, 중력이 세지면 같은 물건이 더 무겁게 느껴집니다.
2020년과 2021년, 금리가 0에 가깝던 시절에는 중력이 거의 없었습니다. 이익이 아직 나지 않는 회사도 높은 값을 받았고, 그게 이상하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다릅니다. 10년물이 4.78%, 30년물이 5.24%인 세상에서는 같은 이익을 내는 회사도 예전만큼의 값을 받지 못합니다. 주식이 채권보다 나은 대가(ERP)가 사실상 사라졌다는 것은, 시장이 실수를 거의 용납하지 않는 상태가 됐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시장이 끝났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중력이 세져도 엔진이 더 강해지면 비행기는 뜹니다. 실제로 올해 S&P 500은 주가가 오르는 동안 오히려 선행 PER이 낮아졌습니다. 이익이 주가보다 빠르게 늘었기 때문입니다. 금리와 이익의 경주에서 이익이 이기면 주가는 오릅니다.
그래서 지금 우리가 볼 것은 지수의 등락이 아니라 다섯 개 엔진 중 어느 것이 먼저 꺼지는가, 그리고 기업 이익이 그 속도를 따라잡을 수 있는가입니다. 9월 15~16일 FOMC와 이번 주 물가 지표가 그 첫 번째 분기점이 될 것입니다.
금리를 이해한다는 것은 시장을 예측하는 일이 아니라, 시장이 왜 그렇게 반응하는지를 이해하는 일입니다. 그것만으로도 흔들리는 날에 훨씬 덜 흔들립니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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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재무부 일별 국채 고시금리 (2026.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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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bes Advisor, Treasury Rates Today (2026.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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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ding Economics — 미국 10년물·기준금리, 일본 10년물, 브렌트유, S&P 500, 한국 국고채 10년물 (2026.9.4~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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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C, “10-year U.S. Treasury yield hits highest level since November 2023” (2026.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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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omberg / Advisor Perspectives, “US Bond Selloff Drives 30-Year Yields to Highest Since 2007” (2026.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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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준비제도, FOMC 의사록 (2026.7.2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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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준비제도, 케빈 워시 의장 잭슨홀 기조연설 (2026.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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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노동통계국(BLS), 고용동향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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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Q News, “Hyperscaler bond issuance reaches about $220 billion”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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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te Street Global Advisors, “Impact of rising financing costs on the AI CapEx cycle” · “Rising yields reshape marke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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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FB, “Treasury Confirms $1.8 Trillion Deficit for First 10 Months of FY 2026” · “The 10-year Treasury Yield Eclipsed 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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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글로벌 국채금리 쇼크, 반도체주 압박” (2026.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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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워치, “코스피 9월에도 어렵다 — 수요·환율·금리 3중고” (2026.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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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M Source, “The Equity Risk Premium Has Nearly Vanished in 2026”
이 글의 모든 수치는 2026년 9월 8일까지 공개된 자료를 기준으로 작성했으며, 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도표 15·16의 현금흐름 예시와 도표 17의 2026년 9월 ERP 값은 본문에 밝힌 가정에 따른 계산값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