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할 수 있다”와 “지금 올려야 한다”는 전혀 다른 문제다
8월 CPI가 발표된 뒤 시장은 다시 한 번 금리 인상 쪽으로 빠르게 기울었습니다.
8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0.4%, 전년 대비 3.4% 상승했습니다. 헤드라인 수치는 시장 예상에 부합했습니다. 다만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가 전월 대비 0.3% 오르며 시장 예상치 0.2%를 소폭 웃돌았습니다. CPI 발표 직후 금리선물시장에 반영된 9월 25bp 인상 확률은 80%대로 뛰었고, 일부 집계에서는 90%에 가까운 수준까지 올라갔습니다.
숫자만 놓고 보면 시장의 반응이 이상한 것은 아닙니다. 물가는 아직 연준의 목표보다 높고, 노동시장 역시 연준이 경기침체를 걱정하며 서둘러 완화정책으로 전환해야 할 정도로 무너진 상태는 아닙니다. 여기에 최근 유가 상승과 생산자물가의 반등까지 겹쳤습니다.
그렇다면 연준은 다음 주 바로 금리를 올려야 할까요?
저는 이번 FOMC를 볼 때 질문을 조금 다르게 던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금리를 올릴 수 있는가?”가 아니라 “지금 반드시 올려야 하는가?”입니다.
두 질문은 비슷해 보이지만 통화정책에서는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지금 연준에는 금리를 올릴 명분이 있습니다. 하지만 명분이 존재한다는 것과, 지금 당장 행동해야 할 만큼 긴급한 상황이라는 것은 같은 뜻이 아닙니다.
그리고 바로 이 차이가 이번 9월 FOMC를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1. 이번 CPI는 ‘인상 가능한 CPI’였지만, ‘인상이 불가피한 CPI’였나
이번 CPI에서 가장 눈에 띈 숫자는 근원 CPI의 전월 대비 0.3% 상승입니다. 시장 예상보다 0.1%포인트 높았습니다.
하지만 이 숫자 하나만 놓고 인플레이션이 다시 추세적으로 가속하기 시작했다고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헤드라인 CPI의 전월 대비 상승률이 0.4%까지 높아진 데에는 휘발유 가격 반등의 영향이 컸습니다. 반대로 근원 CPI의 전년 대비 상승률은 2.4%로, 7월의 2.5%보다 오히려 낮아졌습니다.
즉 이번 보고서는 물가 문제가 끝났다는 증거는 아니지만, 동시에 새로운 인플레이션 사이클이 시작됐다고 선언할 정도로 명확한 보고서도 아니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수준(level)과 방향(direction)을 구분하는 것입니다.
물가 수준만 보면 여전히 높습니다. 연준이 편안해할 숫자는 아닙니다. 그러나 통화정책이 지금 추가적으로 긴축되어야 하는지를 판단하려면 현재 물가가 높은 것뿐만 아니라, 기조적인 인플레이션이 다시 상승하는 방향으로 전환됐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이번 CPI는 그 질문에 아직 명확한 답을 주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표현을 정확하게 하자면 이번 CPI는
“금리 인상을 막아주는 CPI”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금리를 반드시 올리게 만드는 CPI”도 아니었습니다.
이 차이는 생각보다 중요합니다.
2. 워시는 ‘숫자 하나에 반응하는 연준’을 비판해 왔다
이번 회의를 분석할 때 가장 먼저 봐야 할 것은 케빈 워시 의장의 정책철학입니다.
워시는 지난 8월 28일 잭슨홀 연설에서 자신이 무엇을 보고 통화정책을 판단하는지 비교적 명확하게 설명했습니다. 그의 표현을 빌리면 연준이 찾아야 하는 것은 단순한 CPI나 PCE 한 달치 숫자가 아니라 “underlying trend inflation”, 즉 경제 전반에 퍼져 있는 기조적 인플레이션의 추세입니다.
가격이 오르고 있는지, 내려가고 있는지뿐만 아니라 그 움직임의 속도까지 판단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워시는 올여름 CPI와 PCE가 예상보다 좋았음에도 이것만으로 기조적인 물가 흐름이 의미 있게 개선됐다고 판단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동시에 하나의 데이터나 단순한 정책 규칙에 기계적으로 반응하는 방식 역시 경계했습니다.
이 철학을 이번 CPI에 그대로 대입해 보겠습니다.
근원 CPI 예상치가 0.2%였는데 실제로 0.3%가 나왔습니다.
이 숫자 하나를 근거로
0.2% 예상 → 0.3% 발표 → 25bp 인상
이라는 식으로 움직인다면, 오히려 워시가 비판해 온 지나치게 기계적인 데이터 의존적 통화정책과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워시가 비둘기파라는 뜻은 아닙니다.
오히려 반대입니다.
잭슨홀 연설에서 워시는 최근 12개월 동안 PCE를 구성하는 199개 품목 가운데 54%가 3% 이상의 가격 상승률을 기록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최근 6개월만 보더라도 3% 이상의 연율 상승을 보인 품목의 비중이 49%에 달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이것을 기조적 인플레이션이 아직 완전히 정상화되지 않았다는 증거로 보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워시의 프레임을 단순히 “CPI를 무시하므로 동결”이라고 해석하면 안 됩니다.
워시의 반응함수는 오히려 이렇습니다.
한두 개의 강한 숫자도 믿지 않고, 한두 개의 약한 숫자도 믿지 않습니다.
그가 보고 싶은 것은 가격 상승이 경제 전반으로 다시 확산되고 있는지, 아니면 에너지·관세·특정 품목에 집중된 일시적인 충격인지입니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이번 CPI 하나만으로 9월 인상을 확정하기에는 아직 논리적 공백이 남아 있습니다.
3. 그래서 Trimmed Mean PCE가 중요해진다
워시가 의장 지명자 시절부터 반복해서 문제를 제기했던 부분이 있습니다.
기존의 Core PCE가 실제 기조적인 인플레이션을 얼마나 정확하게 보여주느냐는 문제입니다.
워시는 현재 사용되는 물가지표가 상당히 불완전할 수 있다고 보면서, 극단적으로 많이 오른 품목과 많이 떨어진 품목을 제거해 가운데 가격 움직임을 측정하는 trimmed average 계열 지표를 함께 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혀 왔습니다.
그런데 현재 이 지표들이 보내는 신호가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7월 기준 전체 PCE 물가상승률은 전년 대비 3.7%, Core PCE는 3.3%였습니다.
반면 Dallas Fed의 Trimmed Mean PCE는 2.3%였습니다.
같은 미국 경제를 보고 있는데 지표에 따라 물가 상황에 대한 인상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Core PCE만 본다면 물가는 여전히 상당히 뜨겁습니다. 그러나 Trimmed Mean PCE만 본다면 기조적인 가격 상승 압력은 이미 2%대 초반까지 내려와 있습니다.
특히 지금처럼 에너지 가격이 지정학적 충격으로 크게 움직이는 환경에서는 이 차이가 더욱 중요합니다.
연준이 금리를 올려 유가를 낮출 수는 없습니다.
지정학적 위험을 기준금리 25bp로 해결할 수도 없습니다.
따라서 에너지발 가격 충격이 발생했을 때 중앙은행이 봐야 하는 것은 단순히 헤드라인 물가가 올랐느냐가 아니라, 그 충격이 임금·서비스·주거비·기대인플레이션으로 전이되어 경제 전체의 물가체계를 바꾸기 시작했느냐입니다.
Trimmed Mean과 같은 지표를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4. 그렇다고 Trimmed Mean 2.3%만 믿어도 되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는 반대편 논리도 반드시 봐야 합니다.
Trimmed Mean PCE가 2.3%라고 해서 미국의 기조적 인플레이션이 사실상 정상화됐다고 단정하는 것도 위험합니다.
Trimmed Mean은 이름 그대로 극단적으로 많이 오른 품목과 많이 떨어진 품목을 일정 부분 제거합니다.
문제는 최근처럼 관세·에너지·공급충격 때문에 여러 품목의 가격이 동시에 크게 오르는 환경에서는 실제로 중요한 물가압력의 일부까지 ‘이상치’로 잘라낼 가능성이 있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Core PCE 3.3%는 틀렸고 Trimmed Mean 2.3%가 진짜다
라고 접근해서는 안 됩니다.
제가 더 중요하게 보는 것은 숫자의 절대수준보다 두 지표 사이의 괴리입니다.
한쪽에서는 3%가 넘는 인플레이션을 보여주고 있고, 다른 한쪽에서는 2%대 초반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 말은 현재 미국의 기조적 인플레이션을 측정하는 데 상당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통화정책에서 측정 불확실성이 크다면 추가 정보를 기다리는 것에는 자연스럽게 가치가 생깁니다.
더구나 Dallas Fed의 다음 Trimmed Mean PCE 업데이트는 9월 FOMC가 끝난 뒤 발표됩니다.
연준은 워시가 중요하게 평가해 온 기조적 물가지표의 최신치를 확인하지 못한 채 이번 결정을 내려야 하는 셈입니다.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질문이 하나 생깁니다.
굳이 지금이어야 할까.
금리를 동결한다고 해서 연준이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을 포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저 불확실한 상황에서 한 번 더 데이터를 확인한 뒤 결정할 수 있는 선택지를 보존하는 것입니다.
통화정책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역시 하나의 정책 결정입니다.
그리고 불확실성이 높은 환경에서는 기다릴 수 있는 능력 자체가 하나의 자산이 됩니다.
5. 연준이 가만히 있는 동안 시장금리는 이미 움직이고 있다
현재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5%에 접근해 있습니다.
최근 채권시장에서는 이제 5%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하나의 심리적 저항선처럼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여기서 통화정책을 연방기금금리 하나로만 보면 중요한 부분을 놓치게 됩니다.
기업과 가계가 실제로 마주하는 금리는 기준금리만이 아닙니다.
10년물 국채금리가 올라가면 모기지 금리가 상승합니다.
기업의 장기 회사채 발행비용이 올라갑니다.
상업용 부동산의 자금조달 비용도 높아집니다.
주식시장에서는 미래 현금흐름에 적용되는 할인율이 올라갑니다.
즉 연준이 기준금리를 25bp 올리지 않더라도 시장금리 상승 자체가 이미 금융여건을 긴축시키고 있습니다.
이것이 동결론의 가장 강력한 논거 가운데 하나입니다.
연준이 통화정책을 집행하는 목적은 연방기금금리라는 숫자를 높이는 데 있지 않습니다.
최종 목적은 수요를 조절하고 금융여건을 변화시켜 인플레이션을 안정시키는 것입니다.
그런데 시장이 이미 그 역할의 일부를 하고 있다면 연준 입장에서는 굳이 추가적으로 같은 방향의 충격을 줄 필요가 있는지 다시 계산해야 합니다.
6. 하지만 10년물이 오르는 이유가 더 중요하다
여기서 한 단계 더 들어가야 합니다.
10년물이 오른다는 사실보다 더 중요한 것은 왜 오르고 있느냐입니다.
만약 장기금리가 재정적자 확대, 국채 공급 증가, 높은 term premium, 글로벌 채권시장 매도처럼 정책금리와 직접 관계없는 요인 때문에 상승한다면 이야기는 비교적 단순합니다.
시장금리가 자체적으로 금융여건을 긴축하고 있으므로 Fed가 추가 긴축을 서두를 필요성이 낮아집니다.
하지만 장기금리가
“연준이 물가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할 것이다”
라는 시장의 불신 때문에 상승하고 있다면 상황은 정반대가 됩니다.
그 경우 10년물 상승은 Fed의 일을 대신해 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Fed가 일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는 경고가 됩니다.
현재 장기금리 상승에는 여러 요인이 동시에 섞여 있습니다.
고유가와 지정학적 위험뿐 아니라 미국의 재정적자, 막대한 국채 공급, term premium 상승에 대한 우려까지 함께 작동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연준이 이번 회의에서 판단해야 하는 것은
“10년물이 5%니까 동결한다”
가 아닙니다.
보다 정확한 질문은 이렇습니다.
“현재의 5%가 이미 충분한 긴축을 만들어내고 있는가, 아니면 인플레이션 신뢰 훼손을 반영하고 있는가.”
같은 5%라는 숫자를 보고도 답에 따라 정책 결론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7. 여기에 중간선거가 들어온다
2026년 미국 중간선거는 11월 3일입니다.
연준의 남은 회의 일정은 9월, 10월, 그리고 12월입니다.
문제는 10월 FOMC가 끝나는 시점입니다.
중간선거를 불과 며칠 앞둔 시점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중간선거가 있으니 연준은 금리를 올리지 못한다”
라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연준의 법적 책무에 선거 일정은 없습니다.
물가안정과 최대고용이 통화정책의 기준입니다.
만약 인플레이션이 명백하게 재가속하고 기대인플레이션까지 흔들린다면 선거가 일주일 남았든 한 달 남았든 연준은 필요한 정책을 해야 합니다.
오히려 선거를 의식해 필요한 긴축을 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Fed 독립성에 더 큰 문제를 만들 수 있습니다.
따라서 “선거가 있으니 동결”이라는 논리는 약합니다.
하지만 질문을 조금 바꾸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데이터가 애매한 상황에서도 굳이 선거 직전에 통화정책을 추가 긴축할 필요가 있는가.
경제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결정이라면 정치적 잡음을 감수해야 합니다.
반대로 경제적 필요성이 아직 불명확하다면, 연준 입장에서도 정치적 해석의 여지가 가장 큰 시기에 굳이 선제적으로 움직일 이유가 줄어듭니다.
중간선거는 통화정책의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하지만 정책 결정의 문턱과 커뮤니케이션 비용을 높이는 변수인 것은 분명합니다.
8. 역설적으로 선거 때문에 9월에 올릴 수도 있다
여기가 이번 논의에서 가장 중요한 반론입니다.
중간선거가 동결 가능성만 높이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워시가 이미 “올해 안에 한 번은 금리를 올릴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면 9월이 가장 깔끔한 시점일 수 있습니다.
9월을 넘기면 다음 회의는 선거 직전입니다.
따라서 정책경로는 사실상 두 가지로 압축될 수 있습니다.
9월 25bp 인상 → 10월 동결 → 12월 재평가
또는
9월 동결 → 10월도 사실상 관망 → 12월 재평가
물론 10월 인상이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인플레이션이 갑자기 악화된다면 선거를 며칠 앞두고서라도 올리는 것이 중앙은행의 역할입니다.
하지만 모든 조건이 비슷하다면 9월과 10월의 정치적·커뮤니케이션 비용이 같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따라서 중간선거는 이번 회의에서 아주 독특한 양방향 압력을 만듭니다.
“애매하면 굳이 올리지 말라”는 논리와 동시에, “어차피 올릴 거라면 지금 올려라”는 논리가 공존합니다.
이 때문에 9월 FOMC는 단순한 25bp 결정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9. 시장이 90%를 반영했다고 연준도 따라가야 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 시장은 9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상당히 높게 반영하고 있습니다.
보통 시장이 이 정도까지 한쪽 방향으로 움직이면 Fed가 반대 결정을 내리는 것은 부담스럽습니다.
예상 밖 동결이 나오면 단기금리가 크게 움직일 수 있고, Fed가 시장에 충분한 신호를 주지 못했다는 비판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워시는 바로 이러한 구조 자체를 오랫동안 문제 삼아 왔습니다.
그는 시장이 Fed의 가이던스를 보고 움직이고, 다시 Fed가 그 시장가격을 정책 판단의 근거로 사용하는 상황을 “hall-of-mirrors problem”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시장이 Fed를 보고,
Fed가 다시 시장을 보고,
그 시장이 다시 Fed를 보는 구조입니다.
그 결과 정작 경제에서 발생하는 새로운 정보가 왜곡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철학을 그대로 적용하면 이런 결론이 나옵니다.
“시장이 90%를 반영했으니 Fed도 올릴 것이다”는 워시에게 결정적인 논거가 아닐 수 있습니다.
시장 가격은 분명 중요한 정보입니다.
하지만 시장 가격이 정책 그 자체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워시가 말해온 중앙은행은 시장의 예측을 맞춰주는 중앙은행보다 시장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독립적으로 경제를 판단하는 중앙은행에 더 가깝습니다.
10. 그래도 워시는 시장 생각보다 매파적일 수 있다
여기까지 보면 동결 논리가 꽤 강해 보입니다.
그러나 25bp 인상을 정당화할 논거 역시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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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는 여전히 2% 목표보다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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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상승이 장기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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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시는 최근 몇 달간의 개선만으로 기조적 인플레이션이 충분히 낮아졌다고 판단하지 않는다고 분명히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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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상승이 특정 품목 몇 개에만 국한됐다고 보기 어려운 신호도 존재한다.
즉, 워시는
“CPI가 예상보다 0.1%포인트 높았기 때문에 올린다”
고 판단할 필요는 없습니다.
대신
“여러 달에 걸쳐 광범위한 물가압력이 이어지고 있다는 판단 때문에 올린다”
고 결정할 수 있습니다.
그 경우 워시의 정책철학과 전혀 모순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신의 철학에 충실한 인상이 됩니다.
그래서 이번 회의를 단순히
CPI가 강하면 인상, 약하면 동결
이라는 프레임으로 보면 안 됩니다.
워시가 무엇을 일시적 충격으로 보고 무엇을 기조적 추세로 판단하느냐가 핵심입니다.
11. 결국 봐야 할 것은 ‘행동하지 않았을 때의 비용’이다
통화정책을 결정할 때는 항상 두 가지 오류의 비용을 비교해야 합니다.
지금 금리를 올렸는데 몇 달 뒤 인플레이션이 자연스럽게 낮아진다면, 연준은 이미 높아진 장기금리 위에 추가 긴축을 얹은 셈이 됩니다.
주택시장과 기업 자금조달, 주식시장에 필요 이상의 압박을 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지금 금리를 동결했는데 인플레이션이 다시 빠르게 확산된다면 연준은 뒤늦게 따라가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기대인플레이션까지 흔들린다면 필요한 긴축폭은 오히려 더 커질 수 있습니다.
결국 이번 결정은 과잉긴축의 위험과 뒤처지는 위험 가운데 어느 쪽이 더 큰가에 대한 판단입니다.
그리고 지금은 그 계산이 상당히 미묘합니다.
10년물은 이미 높은 수준입니다.
모기지 금리도 부담스럽습니다.
Trimmed Mean PCE는 2%대 초반입니다.
하지만 Core PCE는 3%를 넘고 있습니다.
에너지 가격은 다시 상승하고 있습니다.
기대인플레이션은 아직 비교적 안정되어 있습니다.
즉 어느 한쪽도 결정적으로 우세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번 9월 FOMC를
“금리를 올리느냐 마느냐”보다 “기다림의 옵션가치를 연준이 얼마나 높게 평가하느냐”를 확인하는 회의로 보고 있습니다.
12. 시장보다 동결 가능성을 조금 더 높게 보고 있다
현재 시장의 기본 시나리오는 인상입니다.
저 역시 25bp 인상을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로 보고 있습니다.
워시의 최근 발언과 물가 확산도를 생각하면 인상을 기본 시나리오로 두는 시장의 판단을 비합리적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시장가격만큼 인상이 압도적인 선택이라고 보지는 않습니다.
그 이유는 세 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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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CPI가 기조적 인플레이션의 명확한 재가속을 확인해 준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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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물을 비롯한 시장금리가 이미 상당한 수준의 금융긴축을 만들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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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시가 자신의 정책철학대로 단일 데이터가 아닌 추세를 판단하려 한다면 추가 데이터를 확인하기 위해 한 회의를 기다리는 선택 역시 충분히 정당화할 수 있다.
여기에 중간선거라는 일정까지 겹칩니다.
다만 이 선거 일정은 동결의 근거라기보다는 결정의 문턱을 높이는 변수로 보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
연준이 선거 때문에 금리를 동결해서는 안 됩니다.
그러나 선거를 앞두고도 굳이 금리를 올리려면 최소한 경제적으로는 “지금 아니면 늦는다”는 판단이 있어야 합니다.
현재까지 공개된 데이터에서 바로 그 긴급성은 아직 완전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질문은 하나다
이번 FOMC에서 금리를 올릴 근거가 있느냐고 묻는다면 답은 있습니다.
물가는 여전히 목표보다 높습니다.
고용시장이 급격히 악화된 것도 아닙니다.
유가는 다시 상승하고 있고, 물가 확산도 역시 아직 안심할 수준은 아닙니다.
따라서 25bp 인상을 결정한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제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질문은 따로 있습니다.
왜 지금이어야 할까요?
8월 CPI는 물가가 끝났다는 증거를 주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기조적 인플레이션이 새롭게 재가속하기 시작했다는 확실한 증거 역시 주지 못했습니다.
워시는 단일 데이터보다 추세를 보겠다고 말했습니다.
그가 관심을 보여온 Trimmed Mean 계열 지표는 기존 Core PCE보다 훨씬 낮은 물가압력을 보여주고 있으며, 다음 데이터는 FOMC 이후에 발표됩니다.
시장에서는 10년물이 이미 높은 수준까지 올라오면서 모기지와 기업 자금조달 비용을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다음 FOMC는 중간선거 직전에 열립니다.
이 모든 것을 종합하면 이번 회의에서 중요한 것은 인상할 명분의 존재 여부가 아니라 인상의 시급성입니다.
저는 이번 CPI를 이렇게 평가하고 싶습니다.
“금리를 올려야만 하는 CPI”가 아니라, “금리 인상을 막아주지는 못한 CPI”였습니다.
둘 사이에는 꽤 큰 차이가 있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 틈에 워시의 선택지가 존재합니다.
25bp를 올리는 것도 그의 정책철학과 모순되지 않습니다.
동결한 뒤 데이터를 한 번 더 확인하는 것 역시 모순되지 않습니다.
결국 시장이 확인해야 할 것은 워시가 9월에 금리를 25bp 움직이느냐 자체보다, 그가 무엇을 기조적 인플레이션이라고 정의하고 어떤 조건에서 행동할 것인지입니다.
그래서 이번 FOMC에서는 기준금리 결정만큼 기자회견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인상하면서도 에너지 충격의 2차 전이를 지켜보겠다고 말한다면 시장은 이번 인상을 새로운 인상 사이클의 시작이 아니라 일회성 보험성 인상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동결하면서 기조적 물가가 아직 충분히 개선되지 않았다고 강조한다면 동결 자체를 비둘기파적 결정이라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그리고 가장 흥미로운 경우는 예상 밖 동결 이후 워시가 이런 취지의 설명을 내놓는 것입니다.
시장이 이미 상당한 금융긴축을 만들어내고 있고, 한 번의 CPI보다 기조적인 추세를 확인할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것은 단순한 동결이 아닙니다.
워시가 그동안 이야기해 온
“시장과 지나치게 친밀하지 않은 연준, 한두 개의 데이터에 끌려다니지 않는 연준”
이 실제 정책으로 처음 구현되는 순간이 될 수 있습니다.
결국 다음 주 시장이 확인해야 할 것은 25bp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워시가 자신이 말해 온 중앙은행을 실제로 만들 생각이 있는가.
이번 FOMC의 진짜 관전 포인트는 그곳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