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공급자의 소식은 기업의 실적 발표만큼 중요합니다. 기업이 아무리 좋은 성장률을 보여도 다음 분기 만기가 돌아왔을 때 누가 돈을 빌려줄지 불확실해지면, 손익계산서보다 먼저 문제가 시작됩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의 맷 워즈는 8월 9일 사모대출 시장을 분석하면서 이 지점을 건드렸습니다. Ares, Blackstone, Blue Owl, Golub이 관리하는 대출펀드의 부실률이 적어도 202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에 도달했고, watchlist에 올라간 차주와 개인 투자자의 환매 요구도 늘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처음에는 부도율이 몇 퍼센트 올랐다는 신용시장 기사로 읽었습니다. 그런데 원문과 각 운용사의 2분기 자료를 같이 확인하니 더 중요한 질문이 보였습니다. 이번 문제는 지금 당장 부도가 얼마나 나느냐보다, 기존 대출을 만기에 다시 갈아탈 자금이 계속 공급될 수 있느냐의 문제입니다.
사모대출은 아직 무너지지 않았지만 균열은 숫자에 남습니다
사모대출은 은행이 아닌 펀드와 비은행 금융회사가 기업에 직접 돈을 빌려주는 시장입니다. 주로 신용등급이 낮고 부채가 많은 기업에 변동금리 대출을 제공하기 때문에, 대출자는 높은 이자를 받고 차주는 금리와 경기 변화에 더 민감해집니다.
WSJ는 Ares Capital, Golub Capital BDC, Blue Owl Capital Corp, Blackstone Secured Lending Fund의 공개자료를 모아 2022년부터 2026년 2분기까지 이자가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 대출, 즉 비발생 대출 비율을 비교했습니다. 네 펀드의 방향은 모두 같지 않지만, 여러 곳에서 최근 고점이 나타났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Blue Owl Capital Corp는 2분기 비발생 대출이 원가 기준 포트폴리오의 2.8%로 전분기 2.0%에서 상승했습니다. 공정가치 기준으로는 0.8%였고 전분기 1.0%보다 낮았습니다. Ares Capital은 6월 말 비발생 대출이 원가 기준 2.4%, 공정가치 기준 1.4%로, 지난해 말의 1.8%와 1.2%보다 높아졌습니다.
반대편 자료도 같이 봐야 합니다. Blackstone Secured Lending Fund는 2분기에 새로 비발생 상태가 된 자산이 없었고, 공정가치 기준 비발생 대출 비율은 1.8%로 전분기 3.1%보다 낮아졌습니다. 다만 원가 기준으로는 3.6%였기 때문에 숫자 하나만으로 신용이 건강하다고 단정하기도 어렵습니다.
여기서 원가와 공정가치를 나눠 보는 이유가 있습니다. 원가 기준 비발생률은 대출 원금 중 이자를 못 받는 자산의 비중을 보여줍니다. 공정가치 기준 비발생률은 시장이 그 자산을 현재 얼마로 평가하는지 반영합니다. 두 숫자의 차이가 크면 아직 손실이 확정되지 않았더라도 가격 조정이 이미 진행 중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자료는 사모대출 전체가 곧바로 붕괴한다는 신호는 아닙니다. 다만 일부 펀드에서 부실률이 오르고, 투자자 수익률이 낮아지고, 차주의 상태를 따로 관리하는 목록이 길어지고 있다는 점은 신용 사이클이 정상적인 확장 국면에서 선별 국면으로 넘어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부도보다 먼저 watchlist가 길어집니다
대출펀드에는 실적이 예상보다 나빠졌거나 앞으로 약속을 지키기 어려울 가능성이 있는 차주를 따로 관리하는 목록이 있습니다. 아직 이자를 못 내는 부실 대출과는 다르지만, 이 목록이 길어지면 다음 분기에 부실률이 오를 후보가 많아진다는 뜻입니다.
문제는 운용사마다 목록을 만드는 기준이 다르다는 점입니다. Golub은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거나 앞으로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는 기업까지 넓게 포함한다고 설명합니다. 반면 다른 운용사는 실제 부도 가능성이 높은 기업 중심으로 관리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watchlist 비율을 회사 간에 그대로 비교해서는 안 됩니다.
그럼에도 Ares, Golub, KKR이 올해 watchlist 차주의 증가를 보고했고, WSJ 분석상 해당 목록이 2022년과 2023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에 가까워졌다는 점은 무시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사모대출 펀드의 대출 가운데 20% 이상이 소프트웨어 기업인 경우가 많다는 점이 부담입니다.
소프트웨어 기업은 그동안 높은 마진과 반복 매출 덕분에 사모대출의 좋은 차주로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기존 소프트웨어의 기능을 빠르게 대체하거나 가격을 낮추면, 매출 성장률보다 갱신률과 고객당 매출이 먼저 흔들릴 수 있습니다. 아직 소프트웨어 차주의 부실이 광범위하게 현실화됐다고 말할 단계는 아니지만, 시장이 가장 낙관적으로 평가하던 차주군이 시험대에 오른 셈입니다.
헬스케어와 유가 상승의 영향을 받은 기업에서 먼저 문제가 나타났다는 점도 중요합니다. 대출이 부실해지는 이유가 금융시장 내부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치과 서비스, 플라스틱 필름처럼 실제 운영비와 원가 구조가 흔들린 기업에서 시작됐기 때문입니다. 경기와 인플레이션이 동시에 나빠지면 이런 차주가 빠르게 늘어날 수 있습니다.
수익률이 내려가면 자본공급자의 행동이 바뀝니다
사모대출이 그동안 인기를 끈 이유는 연 10% 안팎의 수익률을 비교적 꾸준히 지급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WSJ는 이제 상대적으로 강한 펀드도 7% 수익률을 내기 어려워졌다고 설명합니다. FS KKR Capital의 한 펀드는 6월까지 12개월 수익률이 마이너스 6.55%였고, 직전 기간의 마이너스 9.17%보다 나아졌지만 여전히 손실 상태였습니다.
수익률 하락은 세 가지 경로로 나타납니다. 먼저 부실 차주에 대한 평가손실과 상각이 발생합니다. 아직 이자를 내고 있는 대출도 공개시장 금리가 올라가거나 차주의 실적이 약해지면 장부가를 낮춰야 할 수 있습니다. 동시에 기준금리가 내려가면 새로 대출하는 금리와 기존 변동금리 대출의 이자수익도 줄어듭니다.
두 번째는 신규 거래 감소입니다. 사모대출 펀드는 사모펀드가 기업을 인수할 때 필요한 자금을 공급하며 수수료와 높은 금리를 얻습니다. 그런데 사모펀드의 인수 거래 자체가 줄면 좋은 신규 대출을 만들 기회도 줄어듭니다. 자본은 운용 중인 대출에서 수익을 내야 하는데, 새로운 거래가 줄고 기존 차주의 질까지 나빠지는 조합이 만들어집니다.
세 번째는 투자자 행동입니다. 개인 투자자가 가입한 사모대출 상품에서 환매를 요구하면 운용사는 현금을 마련해야 합니다. 대출은 주식처럼 하루 만에 팔 수 있는 자산이 아니기 때문에, 환매가 늘면 자산 매각이나 신규 투자 축소로 대응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지점에서 자본공급자의 신뢰가 중요해집니다. 지금까지 연 10% 수익률을 기대하고 돈을 넣었던 투자자가 7% 이하의 수익률과 평가손실을 경험하면, 다음 펀드에 다시 돈을 넣지 않을 수 있습니다. 신규 자금이 줄면 운용사는 만기가 돌아오는 기존 기업의 차환 대출을 예전처럼 쉽게 제공하기 어려워집니다.
차환 자금이 줄어들면 좋은 기업도 압박을 받습니다
기업 입장에서 가장 무서운 순간은 처음 대출을 받을 때가 아니라 만기가 돌아오는 순간입니다. 영업현금흐름으로 원금을 갚지 못하는 기업은 새 대출로 기존 대출을 갚아야 합니다. 평소에는 여러 운용사가 경쟁하면서 금리를 낮춰주지만, 자본공급자가 보수적으로 변하면 조건이 달라집니다.
금리는 올라가고, 담보와 재무약정은 까다로워지며, 만기는 짧아질 수 있습니다. 그 결과 차주는 비용을 줄이고 자산을 매각하거나, 기존 주주에게 추가 자본을 요구해야 합니다. 그래도 돈을 구하지 못하면 연체와 구조조정, 자산 매각이 이어집니다.
이 구조는 2008년 금융위기와 똑같다는 뜻이 아닙니다. 현재 사모대출 시장은 은행보다 자본규제가 느슨한 부분이 있지만, 대출이 대부분 선순위 담보대출이고 변동금리라는 방어력도 있습니다. 운용사들은 차주와 직접 협상할 수 있고, 만기를 연장하거나 자산을 재구성할 여지도 있습니다.
다만 이런 장점은 자본이 계속 유입될 때 가장 잘 작동합니다. 펀드 성과가 악화되고 환매가 늘어 신규 자금이 줄면, 같은 선순위 담보대출이라도 차환이 늦어지고 손실을 인정하는 시점이 미뤄질 수 있습니다. 손실이 없어진 것이 아니라 시간을 사는 구조가 될 수 있습니다.
금리 하락도 양면적입니다. 기준금리가 내려가면 차주의 이자 부담이 줄어 부실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됩니다. 그러나 대출펀드의 이자수익과 신규 대출 금리도 함께 내려가므로, 투자자가 기대하는 수익률을 회복시키지 못할 수 있습니다. 금리 인하가 차주의 생존에는 호재지만 자본공급자의 모금에는 꼭 호재가 아닌 이유입니다.
투자자는 부도율보다 자금의 흐름을 봐야 합니다
좋은 대출펀드가 있다는 것과 지금 그 운용사 주식을 사도 된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우량한 선순위 대출을 많이 보유하고 있어도, 펀드 수익률이 낮아지고 주가가 순자산가치보다 크게 할인되며, 신규 자금이 줄면 성장과 배당이 동시에 압박받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비발생 대출 비율이 잠시 올라가도 손실 회수 능력과 자금조달 구조가 충분한 운용사는 견딜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부실률의 절대 수준만 보지 않고 원가와 공정가치의 차이, watchlist의 증가 속도, 현금 이자와 현물 이자의 구성, 평가손실과 실제 상각의 차이를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또한 펀드별 만기 구조와 환매 조건을 봐야 합니다. 차주 대출의 만기가 한 시기에 몰려 있는지, 운용사가 대출을 매각해 현금을 만들 수 있는지, 은행과의 신용한도가 유지되는지, 개인 투자자의 순유입이 순유출로 바뀌었는지가 차환 능력을 결정합니다.
기업 쪽에서는 특히 소프트웨어와 소비자 경기 민감 업종의 이자보상배율, 매출 갱신률, 가격 인상 여부, 재고와 운전자본을 확인해야 합니다. 사모대출의 스트레스가 금융회사 안에만 머무는지, 차주의 손익과 고용, 설비투자로 번지는지 판단하려면 이런 숫자가 필요합니다.
제가 이번 글에서 가장 중요하게 본 것은 부도율이 아니라 자본의 방향입니다. 자본공급자가 낙관적인 말을 하는 동안에도 대출펀드의 watchlist가 길어지고 수익률이 떨어지며 투자자가 돈을 빼기 시작하면, 신용시장의 병목은 대출 실행이 아니라 차환으로 이동합니다.
자본공급자가 다시 보수적으로 변했다는 사실은 특정 기업 하나의 문제가 아닙니다. 사모펀드 인수 거래, 소프트웨어 기업의 평가, 비은행 금융회사의 주가, 다음 분기의 회사채 발행과 은행 대출 조건까지 연결되는 신호입니다. 시장이 아직 “괜찮다”고 말할 때 오히려 자금이 실제로 어디로 가고 어디에서 멈추는지 봐야 합니다.
이 글은 월스트리트저널의 Matt Wirz, “Private Credit Is Under Growing Strain, Despite Industry’s Upbeat Tone”을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WSJ가 각 운용사의 공개자료를 취합한 부실률·수익률 분석에 더해 Ares Capital, Blue Owl Capital Corp, Blackstone Secured Lending Fund의 2026년 2분기 공식 발표와 KKR 관련 Reuters 보도를 교차 확인했습니다. 운용사별 비발생률과 watchlist는 산정 기준이 다를 수 있어 단순 비교에 한계가 있으며, private credit 시장 전체의 부도나 금융위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특정 자산의 매수나 매도를 권하는 글이 아니며, 투자 판단과 그 책임은 투자자 각자에게 있습니다.
출처: The Wall Street Journal; Ares Capital Corporation; Blue Owl Capital Corporation; Blackstone Secured Lending Fund; Reuter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