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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코인으로 금리를 잡으려는 게 아닙니다, 스테이블코인으로 국채 수요의 구조를 바꾸려 합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8월 24일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의 국채시장 대응과 트럼프 행정부의 크립토 정책이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연결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제목만 보면 미국이 코인을 이용해 금리를 직접 낮추려는 것처럼 읽힐 수 있지만, 저는 이 사안을 조금 다르게 봤습니다. 미국이 겨냥하는 것은 연준의 기준금리보다 국채를 누가, 어떤 만기로, 얼마나 꾸준히 사줄 것인가에 가까워 보입니다.

지난 8월 20일에는 미국 국채를 다시 사들이는 이유와 베센트 재무장관,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의 정책 충돌을 살펴봤습니다. 그 글에서 중요한 질문은 재정적자가 커지는 상황에서 장기금리를 누가 받아낼 수 있느냐였습니다. 이번 WSJ 기사는 여기에 스테이블코인이라는 새로운 수요 주체를 연결합니다. 다만 이 연결을 곧바로 코인이 금리를 잡는 도구가 됐다고 해석하면, 연준의 통화정책과 재무부의 부채관리를 한 문장 안에서 섞게 됩니다.

기준금리를 정하는 곳과 국채 만기를 관리하는 곳은 다릅니다

먼저 구분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미국의 정책금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 FOMC가 연방기금금리 목표 범위를 정하면서 움직입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량이 늘어난다고 FOMC의 결정권이 재무부나 코인 업계로 넘어가는 것은 아닙니다. 스테이블코인이 연준의 기준금리를 직접 조절하는 수단이라는 해석은 출발부터 정확하지 않습니다.

베센트 재무장관이 추진하는 쪽은 부채관리입니다. 재무부는 10년물에서 20년물, 20년물에서 30년물 구간의 장기 명목국채 바이백 운용 규모를 한 번에 최대 20억 달러에서 최소 40억 달러로 늘리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장기채를 사들이면 시장에 남는 특정 채권의 유동성을 높이고 장기물 공급 부담을 완화할 수 있지만, 이것은 연준이 새 지급준비금을 만들어 국채를 사는 양적완화와는 다른 거래입니다.

재무부가 바이백으로 장기채를 매입할 자금을 마련하려면 세금 수입이나 새로운 국채 발행이 필요합니다. 이 과정에서 장기채 발행을 상대적으로 줄이고 단기 국채인 재정증권, 즉 T-bill 발행을 늘리는 선택이 가능해집니다. WSJ가 베센트의 발언을 Treasury twist라는 표현으로 연결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장기물 금리의 부담을 낮추는 대신 단기물 수요가 충분한지를 확인해야 하는 전략입니다.

스테이블코인이 들어오는 지점은 단기 국채입니다

스테이블코인은 코인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만으로 움직이는 자산이 아닙니다. 달러에 연동되는 결제용 스테이블코인이 발행되면, 발행자는 이용자가 언제든 달러로 환매할 수 있도록 준비자산을 보유해야 합니다. 미국의 GENIUS Act는 이 준비자산을 현금, 예금, 환매조건부채권, 그리고 잔존만기 또는 발행 당시 만기가 93일 이하인 미국 국채 등으로 제한했습니다.

이 규정은 스테이블코인과 T-bill을 연결하는 제도적 고리입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량이 1달러 늘면, 원칙적으로 그에 상응하는 안전자산이 필요합니다. 그 안전자산의 상당 부분이 단기 국채로 흘러간다면 스테이블코인 확대는 재무부가 발행하는 T-bill에 새로운 매수 수요를 만들 수 있습니다.

현재 스테이블코인 시장은 약 2,700억 달러에서 3,000억 달러 수준으로 추정됩니다. 미국 머니마켓펀드 시장이 약 8조 달러라는 점을 감안하면 아직 작은 시장입니다. 그러나 베센트가 과거 언급한 것처럼 시장이 4조 달러 안팎까지 커진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T-bill을 준비자산으로 보유하는 발행자가 커질수록 정부의 단기 차입비용과 국채 발행구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규모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커지는 만큼 국채 수요가 그대로 새로 생긴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여기서 시장이 가장 쉽게 놓치는 부분이 있습니다. 스테이블코인이 외국의 달러 수요와 기존 미국 금융망에 접근하기 어려운 저축자금에서 성장한다면 T-bill에 순수한 신규 수요가 생길 가능성이 있습니다. 반대로 미국 은행 예금이나 머니마켓펀드에서 돈이 이동해 스테이블코인을 사는 경우라면, 스테이블코인 발행자는 국채를 사더라도 기존 금융기관이 국채를 덜 사는 대체효과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은행 예금이 빠져나가면 은행의 대출 재원이 줄어들 수 있고, 머니마켓펀드가 보유한 T-bill을 팔아 스테이블코인으로 자금이 이동하면 국채시장 전체의 순수요는 생각보다 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해외 이용자가 새로운 달러를 사서 스테이블코인으로 보유한다면 미국 국채에 대한 외부 수요가 커질 수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스테이블코인 총액이 아니라 그 자금이 어디에서 왔는지입니다.

관련 연구가 제시하는 시나리오도 같은 결론을 보여줍니다. 2030년까지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크게 성장하면 T-bill 수요가 수천억 달러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있지만, 해외 신규 자금이 중심인지 기존 현금성 자산의 이동인지에 따라 순수요는 크게 달라집니다. 현재 규모에서 단순히 스테이블코인이 미국 부채 문제를 해결한다고 말하기에는 아직 시장이 작고, 자금의 출처도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미국이 얻는 것은 금리 통제력이 아니라 단기 차입의 선택지입니다

스테이블코인 수요가 충분하다면 재무부는 장기채 발행 부담을 줄이고 T-bill 중심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습니다. 장기 국채 공급이 줄면 장기금리의 기간 프리미엄이 낮아질 여지가 있고, T-bill에 대한 매수자가 늘면 단기 조달비용도 낮아질 수 있습니다. 다만 이것은 시장 수요와 발행구조를 통해 금리에 영향을 주는 경로이지, 정책금리를 버튼처럼 조절하는 방식이 아닙니다.

더구나 T-bill 의존도가 높아지면 부채의 평균 만기가 짧아집니다. 만기가 짧다는 것은 국채를 더 자주 차환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지금처럼 단기금리가 높은 국면에서는 단기 수요가 재무부에 도움을 주지만, 스테이블코인 성장세가 멈추거나 환매가 몰리는 순간에는 새로운 위험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준비자산을 현금화해야 하는 발행자가 T-bill을 동시에 매도하면, 평소에는 국채 수요였던 구조가 시장 변동성을 키우는 매도 물량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스테이블코인을 국채를 계속 사주는 자금이라고 보는 해석을 경계합니다. 스테이블코인은 예금과 비슷한 편의성을 제공하지만 예금보험이 있는 은행예금과 같지 않고, 코인 가격이 안정적이라는 전제도 준비자산과 환매 신뢰가 유지될 때만 성립합니다. 시장이 커질수록 준비자산의 투명성, 환매 속도, 커스터디 구조, 유동성 관리가 함께 중요해집니다.

코인 관련주를 볼 때는 발행량과 금리 민감도를 따로 봐야 합니다

투자자에게 가장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기업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와 거래 플랫폼입니다. Circle은 USDC 준비자산에서 발생하는 이자수익의 영향을 크게 받습니다. 금리가 높을 때는 같은 스테이블코인 잔액으로도 이자수익이 커질 수 있지만, 연준이 금리를 낮추면 이 수익원은 줄어듭니다. 따라서 Circle의 기업가치는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만으로 판단할 수 없고, 결제·송금·기업 간 거래에서 실제 수수료 매출이 얼마나 커지는지까지 봐야 합니다.

Coinbase도 USDC 보상과 거래 생태계의 성장에 연결돼 있습니다. 규제 불확실성이 낮아지고 스테이블코인이 결제와 글로벌 달러 유통망으로 확산되면 거래·보관·결제 서비스의 기회가 늘어날 수 있습니다. 반면 은행이 자체 토큰화 예금을 내놓거나 T-bill 자체가 디지털 형태로 유통되면,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와 거래소가 가져가는 경제적 몫은 줄어들 수 있습니다.

여기서 좋은 기업과 좋은 주식은 분리해서 봐야 합니다.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커지는 것은 산업의 성장 신호일 수 있지만, 이미 높은 기대가 주가에 반영됐다면 발행량 증가만으로 투자수익률이 보장되지는 않습니다. 특히 금리가 내려갈 때 이자수익 감소를 결제수수료와 서비스 매출이 얼마나 보완할 수 있는지가 기업별 차이를 만들 것입니다.

제가 앞으로 확인할 숫자는 다섯 가지입니다. 첫째,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 증가분 중 해외 신규 달러 수요가 차지하는 비중입니다. 둘째, 재무부의 T-bill 발행 규모와 국채 평균 만기가 함께 짧아지는지입니다. 셋째, 장기 국채 바이백 이후 10년물과 30년물의 유동성 및 기간 프리미엄이 실제로 안정되는지입니다. 넷째, 발행사의 준비자산 구성과 환매 요청에 대한 현금화 능력입니다. 다섯째, Circle과 Coinbase의 이자수익 외 결제·거래·보관 매출이 커지는지입니다.

처음에는 미국이 코인을 금리정책의 새로운 도구로 쓰려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런데 자료를 연결해 보니 미국이 원하는 것은 기준금리를 대신 정하는 권한보다, 달러를 디지털 형태로 해외에 유통시키고 그 과정에서 단기 국채를 사줄 수요 기반을 넓히는 데 가까워 보입니다. 스테이블코인은 통화정책의 대체재가 아니라 달러와 국채시장을 이어주는 새로운 금융 유통망일 가능성이 큽니다.

다만 그 유통망이 미국의 차입비용을 낮추는지는 스테이블코인의 총액보다 신규 해외자금의 비중, 준비자산의 안정성, 재무부의 만기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코인 시장이 커진다는 서사만 따라가기보다, T-bill 발행량과 평균 만기, 스테이블코인 환매 흐름, 발행사의 비이자 매출을 함께 봐야 합니다. 제가 지금 내리는 결론은 간단합니다. 미국은 코인으로 금리를 직접 잡으려는 것이 아니라, 코인을 활용해 국채 수요와 달러의 유통경로를 다시 설계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출처: The Wall Street Journal, How Trump’s Crypto Push Is Linked to Bessent’s Treasury Moves, 원문 확인일 2026년 8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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