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022년 6월부터 올해 6월까지 분석한 결과, 15세에서 29세 청년층 일자리는 28만 5천개 줄었다고 발표했다.
이 가운데 26만 8천개, 무려 94%가 AI 노출도가 높은 업종에서 감소했으나
반면 같은 기간 50대 일자리는 23만개 늘었고 증가분의 75%가 AI 고노출 업종에서 발생했다.
AI가 매뉴얼화된 초급 업무를 대체하면서 노동시장에 처음 진입하는 청년층이 상대적으로 더 큰 영향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라고 한다.
과연 그럴까?
1. 한국 기업의 AI 도입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의 「기업정보화통계조사」에 따르면,
국내 종사자 10인 이상 기업의 AI 기술·서비스 이용률은 2022년 28.0%에서 2023년 30.3%, 2024년 32.9%로 상승했다.
250인 이상 기업에서는 이용률이 66.9%에 달했으며 금융·보험업은 63.1%, 정보통신업은 56.0%로 조사됐다.
다만, AI 이용기업의 65.1%가 무료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어, 이 수치를 전사적인 AI 시스템 구축 비율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한편 미국의 공식통계는 오히려 더 낮다.
미국 Census Bureau의 「Business Trends and Outlook Survey」에 따르면,
2025년 말부터 2026년 5월까지 미국 기업 중 최근 2주간 업무에 AI를 사용한 비율은 17~20%였다.
100~249인 기업은 32%, 250인 이상 기업은 37%였으며 정보산업은 39.7%, 금융·보험업은 33.9%였다.
미국 조사에는 소규모·영세기업이 폭넓게 포함되고 최근 2주간의 실제 이용 여부를 묻는다는 차이가 있다.
고용자 수로 가중하면 미국의 AI 도입률도 32%까지 올라간다.
결국 양국의 조사 방식을 완전히 통일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양국 모두 경제와 고용을 기준으로 보면
AI가 대략 30% 안팎까지 침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2. 같은 AI가 미국에서는 창업수단
차이는 AI의 도입률보다 AI를 사용하는 방식에서 나타난다.
미국에서는 AI가 기존 기업의 인력을 줄이는 자동화 수단인 동시에 개인이 기업을 시작하는 데 필요한 고정비를 낮추는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한 사람이 AI를 이용해 코딩과 디자인, 시장조사, 콘텐츠 제작, 고객 응대와 회계업무 일부를 처리할 수 있게 되면서
과거에는 여러 명이 필요했던 초기 기업을 혼자 운영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미국 Census Bureau 자료를 인용한 분석에 따르면,
약 3,680만 개 미국 기업 가운데 고용원이 없는 비고용기업은 약 3,040만 개에 달한다.
물론 이들 모두가 AI 기업은 아니며 미국의 1인 사업은 생성형 AI 등장 이전부터 발달해 있었다.
그러나 최근의 증가는 AI와 연결되는 특징을 보인다.
Nasdaq Economic Institute는 2025년 이후 신규 사업자 신청 증가가 주로 1인 기업에서 발생했으며
증가분의 약 절반이 AI 도입률이 높은 업종에서 나왔다고 분석했다.
벤처기업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관찰된다.
Carta가 투자유치 스타트업을 분석한 결과, 신규 스타트업 중 단독 창업자 비율은 2019년 23.7%에서 2025년 상반기 36.3%로 상승했다.
AI가 이러한 증가의 유일한 원인은 아니지만 제품 개발과 기업 운영에 필요한 최소 인원을 줄여 단독 창업의 진입장벽을 낮춘 것은 분명하다.
AI가 기존 기업의 초급 일자리를 일부 줄이더라도
다른 편에서는 프리랜서와 1인 기업, 소규모 디지털 사업의 생산성을 높여 새로운 경제활동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미국에서 AI와 고용의 관계를 단순한 ‘대체’로만 보기 어려운 이유다.
3. 한국의 1인 기업
한국에 1인 기업이 없는 것은 아니다.
중소벤처기업부 조사에 따르면 국내 1인 창조기업은 2022년 약 100만8,000개에서 2023년 약 116만3,000개로 15.4% 증가했다.
전체 창업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3.7%에 달한다.
문제는 대표자의 구성이다.
국내 1인 창조기업 대표자의 평균 연령은 55.1세이고 창업 전 직장 근무기간도 평균 16.3년에 달한다.
한국의 1인 기업은 사회초년생이 AI를 활용해 새로운 시장에 진입하는 통로보다는
기존 직장에서 경험과 거래처를 확보한 중장년층의 경력형 창업의 형태를 띠고 있다.
미취업 청년 가운데 창업 의향이 높다고 답한 비율은 27.6%였지만 이들이 관심을 보인 분야는 외식·소매 등 일반 서비스업이 55.4%로 가장 많았다.
또한 지식서비스업은 22.1%, AI 등 IT 기반 산업은 9.1%에 그쳤다.
AI가 청년의 생산도구로 보급되고는 있지만 이를 안정적인 사업과 소득으로 전환할 자본, 경험, 유통망과 고객 기반은 충분하지 않은 것이다.
4. 한국의 청년고용 부진 원인
2025년 한국 청년층의 고용률은 46.2%로 전년보다 0.7%포인트 하락했다.
대졸 청년의 첫 취업 소요기간은 8.8개월로 늘었고 비경제활동 청년 중 취업시험을 준비하는 비율도 14.5%로 상승했다.
이러한 현상은 AI 도입 이전부터 이어져온 한국 노동시장의 구조와 연결된다.
한국은행은 청년의 노동시장 진입 지연 원인으로 기업 성장 사다리의 약화와 노동시장 이중구조, 기업의 경력직 선호, 수시채용 확대를 제시한다.
경기가 둔화한 상황에서 기업은 신입사원을 채용해 내부에서 교육하기보다 즉시 업무에 투입할 수 있는 경력직을 선호한다.
정규직 고용의 조정비용이 높을수록 기업은 신규채용에 더욱 신중해진다.

산업적 요인도 크다.
2025년 한국에서는 건설경기 침체와 통상환경 불확실성으로 건설업과 제조업 고용이 부진했다.
반면 고용이 증가한 분야는 보건·복지와 공공일자리 등 고령층 비중이 높은 업종이었다.
청년층의 취업 기반이 약화된 반면 전체 고용 증가는 고령층과 돌봄서비스에 집중된 것이다.
AI가 문서작성과 정보수집 같은 신입사원의 업무를 대체하면서 이러한 변화를 가속했을 가능성은 있다.
실제로 한국은행은 최근 4년간 감소한 청년 일자리 28만5,000개 중 26만8,000개가 AI 노출도가 높은 업종에서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AI 노출도가 높다는 사실은 AI가 실제로 해당 일자리를 없앴다는 인과관계를 의미하지 않는다.
같은 업종에서 팬데믹 당시 과잉채용의 정상화, 경기둔화, 경력직 중심 채용과 내부교육 축소가 동시에 진행됐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의 최신 판단 역시 현재의 청년고용 위축을 “AI만의 직접적인 효과보다 기존 채용·업무방식 변화를 AI가 가속한 결과”로 해석한다.
5. 결론
한국의 청년고용 부진이 AI와 완전히 무관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AI는 일부 초급 업무를 자동화하고 기업의 신입채용 필요성을 낮추고 있다.
미국 연준도 AI가 아직 전체 고용과 실업률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지만
일부 업종의 사회초년생에게는 부정적인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평가한다.
다만 한국의 청년고용 부진을 AI가 만들어낸 현상으로 규정하는 것도 무리다.
미국에서도 AI는 초급 일자리를 압박하지만
동시에 프리랜서와 1인 기업의 생산성을 높여 청년이 기업 밖에서 소득을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경로를 제공한다.
한국에도 1인 기업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그 중심은 평균 55세의 경력 보유자이며
미취업 청년이 AI 기반 산업에서 창업하려는 비중은 아직 낮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