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글은 파이낸셜 타임즈와 프로젝트 신디케이트의 두 기사를 종합 정리한 글이다.
https://www.ft.com/content/a3803e70-cb4d-444f-a31e-05be2f2c44f6
1. 늘어나는 생산, 늘어나지 않는 일자리
중국은 부동산 침체 이후 전기차·배터리·태양광·반도체·로봇과 같은 첨단 제조업에 투자를 집중했다.
이 전략은 중국의 생산능력과 수출 경쟁력을 강화했지만 노동시장에는 다른 결과를 만들었다.
첨단 제조업은 막대한 설비투자와 자동화를 기반으로 한다.
따라서 공장 생산량과 수출액이 증가해도 고용은 같은 속도로 늘어나지 않는다.
오히려 제조업체들은 가격경쟁과 과잉생산에 대응하기 위해 로봇과 AI를 도입하고 인력을 감축하고 있다.
그 결과 기존 건설업과 제조업에서 밀려난 노동자들은 배달과 차량호출 같은 플랫폼 노동으로 이동했다.
2025년 중국의 배달기사와 차량호출 운전자는 약 5,300만 명으로 추산되며
정규계약이 없는 자영업·프리랜서·시간제 노동까지 포함한 유연고용 인구는 2026년 약 3억2,0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유연고용 전체를 저임금 노동이나 사실상 실업으로 볼 수는 없다.
그러나 배달과 차량호출 시장에서는 이미 노동 공급이 수요보다 빠르게 증가하면서 운임 하락과 장시간 노동, 소득 불안정이 나타나고 있다.
중국의 고용 문제는 공개실업의 급증보다 안정적인 일자리가 사라지고 저생산성·불안정 노동이 확대되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2. 중국 수출 전략의 한계점
중국의 첨단 제조업 중심 전략은 국내에서 충분한 일자리를 만들지 못하는 동시에 해외에서는 무역갈등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 기업이 국내 수요를 넘어서는 생산능력을 확보하면서 남는 제품은 해외시장으로 밀려나간다.
전기차·배터리·태양광뿐 아니라 철강과 기계, 범용 제조업에서도 중국의 수출 확대가 다른 국가의 생산자와 경쟁하게 된다.
따라서 현재의 성장모델은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만든다.
(1) 중국 내부에서는 생산 증가에 비해 고용 창출이 부족하다.
(2) 중국 외부에서는 값싼 제품과 무역흑자가 교역 상대국의 산업을 압박한다.
중국은 세계시장과의 마찰을 감수하면서 제조업을 확대하고 있지만 그 대가로 국내 노동시장 문제를 충분히 해결하지도 못하고 있는 셈이다.
3. 약한 위안화
중국이 이런 구조를 유지할 수 있었던 핵심 수단 중 하나가 저평가된 위안화다.
위안화 가치가 낮으면 중국산 제품의 해외가격이 낮아지고, 수출기업은 환율을 통해 가격경쟁력과 이윤을 보호받는다.
반면, 수입품 가격은 비싸져 중국 가계의 실질 구매력은 낮아진다.
결국 해당 구조에서는 경제적 자원이 가계와 서비스업보다 제조업과 수출기업에 유리하게 배분된다.
중국이 내수를 확대하려면 가계소득 이전, 연금·의료·실업보험 강화, 후커우 개혁, 서비스업 규제 완화 등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개혁은 정부·국유기업·지방정부에 집중된 자원과 소득을 가계로 이전해야 하므로 정치적으로 부담이 크다.
중국은 이런 개혁을 충분히 시행하는 대신 약한 위안화를 통해 해외 수요를 확보해왔다.
중국 가계의 소비능력을 높이는 대신, 중국 상품의 해외가격을 낮춰 외국 소비자의 수요를 끌어온 것이다.
저평가된 위안화는 중국 경제의 불균형을 반영하는 결과인 동시에 수출 중심 구조가 스스로 교정되는 것을 막는 장치로 기능하고 있다.
4. 중국에 필요한 것
중국이 현재 필요로 하는 것은 생산능력을 추가로 늘리는 투자보다 가계소비를 확대해 서비스업의 고용 창출 능력을 높이는 정책이다.
가계의 소득과 소비 여력이 증가하면 의료·돌봄·교육·외식·유통·관광·문화·전문서비스 등의 수요가 늘어난다.
이러한 서비스업은 자동화된 첨단 제조업보다 같은 규모의 수요에서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고
대졸자부터 농민공과 중장년층까지 다양한 노동력을 흡수할 수 있다.
하지만 서비스업 중심의 성장은 첨단 공장이나 로봇 생산라인처럼 눈에 보이는 산업적 성취를 만들어내기 어렵다.
샤오미의 자동화 공장은 중국의 기술력과 제조업 경쟁력을 상징할 수 있지만
돌봄·의료·외식·지역 서비스업은 국가적 성과로 전시하기 어렵고 자원도 수많은 가계와 중소기업으로 분산된다.
중국 지도부가 제조업을 선호하는 이유에는 이러한 정치적 차이도 존재한다.
첨단 제조업은 국가가 투자 방향과 성과를 통제하기 쉽고 미·중 기술경쟁에서도 전략적 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국가가 자랑하기 좋은 자동화 공장일수록 필요한 노동자는 적다는 역설이 발생한다.
5. 해결책이 될 수 없는 위안화 절상
위안화가 절상되면 수입품 가격이 낮아져 중국 가계의 구매력이 높아지고 수출 제조업의 가격경쟁력과 이윤은 축소된다.
이는 자원이 제조업과 수출에서 가계소비와 서비스업으로 이동하도록 압력을 가할 수 있다.
문제는 전환 과정에서 발생할 고용 충격이다.
이미 건설업이 위축되고 플랫폼 노동까지 포화된 상황에서 위안화 절상으로 수출기업의 이윤까지 감소하면
제조업 구조조정과 실업이 먼저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환율만 조정할 경우 다음과 같은 위험이 있다.
위안화 절상 → 수출기업 이윤 감소 → 제조업 구조조정 → 실업 증가 → 플랫폼 노동 추가 유입
반대로 사회보장 확대와 가계소득 이전, 서비스업 개방이 함께 진행된다면 다른 전환이 가능하다.
위안화 절상 → 가계 구매력 상승 → 소비 확대 → 서비스업 성장 → 제조업 이탈 노동력 흡수
결국 위안화 절상은 중국 경제 재균형의 시작점이 될 수 있지만 고용을 흡수할 내수 서비스업이 먼저 또는 동시에 성장해야 한다.
6. 종합 평가
중국은 부동산에서 사라진 성장을 첨단 제조업과 수출로 대체하고 있지만 자본집약적 생산은 충분한 일자리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기존 산업에서 밀려난 노동자는 플랫폼 경제로 이동하고 소득 불안은 소비를 위축시킨다.
중국 정부는 다시 제조업과 해외 수요에 의존하며 이러한 악순환을 연장하고 있다.
저평가된 위안화는 이 구조를 해결하기보다 가려오는 수준에 그쳐왔다.
중국 가계의 구매력을 높이고 내수를 개혁하는 대신 수출가격을 낮춰 외국의 수요를 끌어왔기 때문이다.
그 결과 중국은 세계시장에 필요한 수준을 넘어 생산능력을 확대하면서도 중국 내부에 필요한 만큼의 안정적인 일자리는 만들지 못하고 있다.
중국 경제의 진정한 전환은 가계소득과 소비를 확대하고 서비스업이 제조업에서 이탈한 노동력을 흡수할 수 있도록 만드는 데서 시작된다.
위안화 절상은 그 전환을 압박하는 수단이 될 수 있지만
사회보장과 소득분배 개혁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고용위기를 앞당기는 결과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