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부채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경제성장을 해법으로 제시하고 있다.
AI 투자와 제조업의 미국 복귀, 감세를 통해 성장률을 높이면 경제 규모에 비해 부채가 차지하는 비중을 낮출 수 있다는 구상이다.
이 전략의 실현 가능성을 판단하려면 성장의 지속성과 함께 세수·지출·이자비용이 움직이는 구조를 살펴봐야 한다.
1. 성장으로 부채 부담을 낮춘다는 의미
베센트는 미국이 3% 성장을 달성하면 부채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주장한다.
WSJ는 이러한 구상을 소개하면서 미국이 높은 성장률을 장기간 유지할 수 있는지에 의문을 제기한다.
AI와 제조업 투자가 성장 동력이 될 수 있지만, 인구구조와 생산성이라는 제약도 함께 작용하기 때문이다.
성장을 통한 부채 관리의 핵심 지표는 GDP 대비 부채비율이다.
경제 규모가 커지면 기존 부채의 상대적 부담이 낮아지고 가계소득과 기업이익 증가로 정부의 세수도 확대된다.
부채 총액이 늘어나는 상황에서도 경제가 더 빠르게 성장하면 부채비율은 하락할 수 있다.
다만 매년 발생하는 재정적자는 부채를 계속 늘린다.
성장으로 확보한 세수보다 지출과 이자비용이 더 빠르게 증가하면 경제 규모의 확대만으로 부채 부담을 낮추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2. 3% 성장을 지속하기 위한 조건
미 의회예산국(CBO)은 2026년 이후 전망 기간의 실질성장률을 연평균 약 1.8%로 예상하고 있다.
성장 둔화의 주요 원인으로는 노동력 증가세 약화를 지목했다.
생산에 참여하는 인력이 과거처럼 빠르게 늘지 않는 만큼, 높은 성장률을 유지하려면 노동자 한 사람이 만들어내는 부가가치가 더 빠르게 증가해야 한다.
AI 생산성 향상이 중요해지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CBO 기본 전망에는 AI가 성장률을 연평균 0.1%p 높인다는 가정이 이미 포함돼 있다.
따라서 베센트의 성장 구상이 실현되려면 AI의 확산이나 노동공급이 기본 전망보다 더 강하게 나타나야 한다.
AI 투자 규모가 커지는 속도와 경제 전반의 생산성이 개선되는 속도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데이터센터와 장비에 대한 투자가 실제 업무 효율과 기업 수익으로 이어지고, 그 성과가 세수 증가로 연결되는 과정까지 확인해야 한다.
3. 고성장의 효과를 일부 상쇄하는 이자비용
성장이 빨라지면 정부의 세수는 늘어나지만, 자금 수요와 금리가 함께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
CBO의 대안 시나리오는 이 관계를 보여준다.
향후 10년 실질성장률이 연평균 2.6%에 달하는 경우, 누적 세입은 기본 전망보다 약 2.5조 달러 증가할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순이자 지출 역시 약 1조 달러 늘어나 누적 적자 감소 효과는 약 1.3조 달러에 머물 수 있다.
이러한 시나리오 상에서도 2036년 부채비율은 기본 전망의 120%에서 109%로 낮아지지만 상승 추세를 완전히 멈추지는 못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이 계산은 성장의 효과가 상당하면서도 금리와 지출 조건에 좌우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4. 성장과 함께 조정돼야 하는 재정 구조
CBO의 2026년 2월 전망에서 올해 미국 재정적자는 약 1.9조 달러, GDP의 5.8%로 예상되며 2036년에는 GDP의 6.7%로 확대된다.
사회보장과 메디케어 지출, 순이자비용 증가가 재정에 지속적인 부담을 주는 구조가 이미 형성되어 있다.
이처럼 적자가 큰 상태에서는 성장률을 높이는 동시에 추가 세수가 적자 축소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
세입 증가분이 새로운 지출이나 추가 감세에 사용되면 부채비율을 낮추는 효과는 줄어든다.
또한 정부의 조달비용도 중요하다.
기존 낮은 금리의 국채가 만기를 맞아 높은 금리로 차환되면 이자 부담은 점진적으로 커진다.
따라서 재정 개선 여부는 당장의 기준금리뿐 아니라 전체 부채에 적용되는 평균금리와 차환 속도까지 함께 봐야 한다.
결론
베센트의 성장 전략은 경제 규모와 세수 기반을 확대해 부채 부담을 낮추려는 접근으로 볼 수 있다.
그 성과는 높은 성장률을 얼마나 오래 유지하고, 성장으로 확보한 재정 여력을 얼마나 적자 축소에 사용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당연하게도 AI 생산성 향상은 이러한 조정을 도울 수 있다.
그러나 미래의 생산성 개선을 확정된 세수처럼 전제하면 성장/금리가 예상과 다르게 움직일 때 재정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미국의 부채 문제를 평가할 때에는 실질성장률과 함께 기초재정적자, 정부의 평균 조달금리, GDP 대비 부채비율의 방향을 확인해야 한다.
※ WSJ의 공개된 기사 일부와 CBO 공식 자료를 바탕으로 재구성했다. CBO 수치는 2026년 2월 당시 정책을 전제로 한 전망이며, 이후 변화를 모두 반영한 실적과는 구분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