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9월 21일(월) — 유가는 사흘째 내렸는데, 호르무즈는 아직 하루 4척만 지나갔다
지난주 후반 국제유가는 사흘 연속 하락했다.
금요일 브렌트유는 104.87달러, WTI는 100.30달러로 마감했다. 주 초 사우디 동서 파이프라인 공격 이후 브렌트유가 108달러를 넘어섰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 부분 내려왔다.
그런데 원유가 실제로 이동하는 경로를 보면 상황은 아직 정상과 거리가 멀다.
목요일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원자재 운반선은 4척에 불과했다. 최근 10일 평균 16척보다도 적었다. 전쟁 이전에는 세계 원유와 가스의 약 5분의 1이 이 해협을 통과했다.
유가가 내려온 것은 호르무즈가 정상화됐기 때문이 아니다.
사우디가 막힌 수출 경로를 다른 방법으로 메우기 시작했고, 중국이 이란에 후티의 사우디 석유시설 공격을 억제해달라고 요구하면서 추가 공급 차질에 대한 우려가 낮아졌다. 여기에 주말에는 이란이 미국과의 협상을 위한 조건을 카타르를 통해 전달했다는 소식까지 나왔다.
1. 이란이 카타르를 통해 미국에 협상 조건을 전달했다
주말에 새로 확인된 내용부터 보자.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의 모흐센 레자에이 사무총장은 이란이 미국과 협상을 재개하기 위한 7개 조건을 워싱턴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전달 경로는 카타르였다.
공개된 조건에는 이란의 영토와 주권 존중, 이란에 대한 위협 중단 등이 포함됐고 나머지 조건 일부는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이것을 휴전 협상 재개로 바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같은 주말 미국과 이란의 위협도 다시 강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합의에 나서지 않을 경우 추가 공격 가능성을 거론했고, 이란은 미국이 다시 공격할 경우 미군과 역내 미국 동맹국을 상대로 보복하겠다고 경고했다.
즉 현재 확인되는 것은 두 가지다.
이란은 협상 조건을 미국에 전달했고, 동시에 재공격 가능성에도 대비하고 있다.
다음 주에는 유엔총회가 열린다.
이란 대통령도 뉴욕을 방문할 예정이고 미국과 걸프 국가들의 외교 일정도 이어진다. 따라서 이번 주 중동에서는 군사 행동뿐 아니라 실제 접촉이 시작되는지를 같이 확인해야 한다.
2. 유가가 내려온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사우디가 6,000만 배럴을 다른 길로 돌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지난주 유가 흐름을 바꾼 것은 사우디였다.
사우디 아람코는 9월과 10월 약 6,000만 배럴의 원유를 페르시아만의 라스타누라에서 선적한 뒤 오만 소하르 앞바다에서 선박 간 환적하는 방식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하루 평균으로 계산하면 약 100만~150만 배럴이다.
중국과 한국, 인도, 일본 정유사들이 주요 구매자다.
사우디가 이런 방법을 쓰는 이유는 동서 파이프라인이 아직 정상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주 공격으로 파이프라인 펌프장들이 손상되면서 홍해 얀부항을 통한 수출에 차질이 생겼다. 사우디는 그 부족분을 페르시아만에서 원유를 싣고 호르무즈를 통과한 뒤 오만 앞바다에서 다른 선박으로 옮기는 방식으로 메우고 있다.
그래서 국제유가는 내려왔지만 운송 비용은 오히려 높은 상태다.
10월 초 선적분 VLCC 운임은 월드스케일 800까지 치솟았다. 원유 자체의 공급 부족은 완화되고 있지만 그 원유를 실제 목적지까지 보내는 비용은 여전히 비싸다는 얘기다.
여기서 중요한 차이가 생긴다.
지금 유가 하락은 동서 파이프라인이 완전히 복구됐거나 호르무즈가 정상화돼서 나온 것이 아니다.
사우디가 비싼 운송비를 감수하면서 우회 공급량을 늘린 결과에 가깝다.
3. 호르무즈는 여전히 하루 4척이다
실제 선박 데이터를 보면 이 차이가 더 분명하다.
Kpler 잠정 집계에 따르면 목요일 호르무즈를 통과한 원자재 운반선은 4척이었다.
수요일 6척보다 줄었고 최근 10일 평균인 16척에도 크게 못 미쳤다.
대신 며칠 동안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LNG선 3척이 호르무즈 밖에서 다시 확인됐다. 카타르와 걸프 국가들이 정상적인 항로 대신 우회 운송과 선박 간 환적을 병행하고 있다는 의미다.
LNG 쪽에서는 더 직접적인 영향도 나오기 시작했다.
카타르에너지는 호르무즈 사태 때문에 핵심 장비 반입이 어려워지면서 북부가스전 증설 프로젝트 일부가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현재 카타르의 LNG 생산량 자체도 크게 줄어든 상태다. 2027년 가동 예정인 North Field East와 2028년 예정인 North Field South 프로젝트 일정까지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처음으로 공식 언급됐다.
따라서 지금의 에너지 문제는 원유 가격 하나로 보기 어렵다.
사우디는 원유를 다른 경로로 보내고 있지만 운임이 급등했고, 호르무즈 통항량은 여전히 낮으며, LNG에서는 장기 증설 일정까지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4. 한국도 전쟁 파병은 하지 않되 원유 수송로 보호는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한국 정부의 입장도 금요일 보다 명확해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18일 기자회견에서 호르무즈와 관련해 “전쟁에 관여하거나 개입하는 파병은 없다”고 밝혔다.
대신 우리 상선과 원유 수송로, 국민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활동은 필요하다고 설명했고 이미 아덴만에서 활동하고 있는 청해부대의 활동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청해부대는 최근 홍해를 통과하는 한국 유조선 지원에도 투입되고 있다. 정부는 미국 주도의 전투작전에 병력을 보내는 방식과 한국 상선을 보호하는 활동을 구분하고 있다.
이 부분은 국내에서도 중요하다.
사우디가 새로 확보한 9~10월 우회 물량의 주요 구매자 가운데 한국 정유사도 포함돼 있다. 즉 한국은 군사적으로는 전쟁 개입을 피하면서도 실제 원유 조달에서는 호르무즈와 오만을 통한 새로운 수송망을 이용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래서 앞으로 볼 것은 단순히 ‘호르무즈 파병 여부’가 아니다.
청해부대의 활동 범위가 어디까지 확대되는지, 한국 정유사들이 확보한 중동산 원유가 실제로 어느 경로를 통해 들어오는지가 더 직접적인 변수다.
5. 국제유가는 내려왔지만 미국 소비자가 체감하는 에너지 가격은 아직 내려오지 않았다
지난주 후반 국제유가가 사흘 연속 떨어졌다고 미국의 에너지 부담까지 바로 줄어든 것은 아니다.
미국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금요일 갤런당 약 4.47달러까지 올라왔다.
다만 이를 ‘사상 최고’라고 표현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 미국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2022년 이미 갤런당 5달러를 넘어선 적이 있다.
이번에 기록을 새로 쓴 것은 디젤이다.
AAA 기준 미국 전국 평균 디젤 가격은 주말 갤런당 6.505달러까지 올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주일 전 6.20달러, 한 달 전 5.55달러, 1년 전 3.70달러와 비교해도 상승폭이 크다.
원유 선물과 주유소 가격 사이에는 시차가 있다.
정유사는 이미 높은 가격에 확보한 원유를 투입하고 있고 정제마진과 운송비도 높아져 있다. 국제유가가 며칠 하락했다고 최종 소비자 가격이 바로 같은 폭으로 떨어지지는 않는다.
따라서 이번 주에는 브렌트유가 100달러에 접근하는지만 볼 게 아니라 미국 휘발유와 디젤 가격이 실제로 꺾이기 시작하는지도 같이 봐야 한다.
6. 연준은 금리를 올렸는데 금은 오히려 주간 상승으로 끝났다
지난주 금융시장에서도 눈에 띄는 움직임이 하나 있었다.
연준은 기준금리를 3.75~4.00%로 25bp 올렸고 18명의 FOMC 참가자 가운데 16명이 연내 최소 한 차례 추가 인상을 예상했다.
보통 금리 상승은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 금에 부담이다.
실제로 금은 FOMC 직후 4,260달러대까지 내려갔다.
그런데 목요일부터 유가와 미국 국채금리가 함께 내려오자 흐름이 바뀌었다.
금요일 현물 금은 장중 4,400달러를 넘었고 주말을 앞두고 4,370달러대로 올라오면서 주간 기준 약 0.9% 상승했다. 3주 연속 하락도 끝났다.
지난주 초 5%를 넘었던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고점에서 내려온 것이 금 가격에는 도움이 됐다.
즉 지난주 금은 지정학적 위험만 따라 움직이지 않았다.
주 초에는 유가 상승 → 물가 부담 → 국채금리 상승이 금을 눌렀고, 후반에는 유가와 금리가 같이 내려오면서 금이 반등했다.
이번 주에도 금 가격을 볼 때 중동 뉴스와 미국 장기금리를 같이 확인해야 하는 이유다.
💡정리
이번 주말 중동에서 확인된 것은 ‘종전’도 아니고 ‘공급 정상화’도 아니다.
이란은 카타르를 통해 미국에 협상 조건을 전달했지만 동시에 미국의 추가 공격 가능성에 강한 보복을 경고하고 있다.
사우디는 9월과 10월 약 6,000만 배럴의 원유를 페르시아만과 오만을 거쳐 아시아로 보내면서 동서 파이프라인의 공백을 일부 메우기 시작했다.
그래서 국제유가는 사흘 연속 내려왔다.
하지만 호르무즈를 통과한 원자재 운반선은 목요일 기준 4척에 불과했고 VLCC 운임은 급등했다. 카타르는 LNG 증설 프로젝트 일정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도 이 상황에서 전쟁 개입 파병은 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다시 확인했다. 대신 청해부대를 활용해 한국 상선과 원유 수송로를 보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번 주에는 세 가지를 먼저 확인하면 된다.
첫째, 카타르를 통해 전달된 이란의 조건에 미국이 실제 협상으로 대응하는지.
둘째, 사우디의 하루 100만~150만 배럴 규모 우회 공급이 계속 유지되고 동서 파이프라인의 부분 재가동 일정이 나오는지.
셋째, 호르무즈 통항량이 현재 한 자릿수 수준에서 실제로 늘어나기 시작하는지다.
지난주 유가는 먼저 내려왔다.
이번 주에는 실제 원유 수송이 그 가격을 따라오는지 확인해야 한다.
본 리포트는 특정 투자자산에 대한 권유가 아닙니다.
#호르무즈해협 #브렌트유 #사우디아람코 #이란협상 #VLCC운임 #카타르에너지 #청해부대 #국제유가 #디젤가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