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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값이 내려도 이익이 버티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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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반도체는 오랫동안 값에 울고 웃는 사업이었습니다.

값이 오르면 이익이 몇 배로 불었고, 값이 꺾이면 곧바로 적자로 돌아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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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떠안은 큰 적자도 메모리 값 급락에서 시작됐습니다.

그런데 9월 초 열흘 사이 나온 외국계 자료 5건을 읽어 보면 이 오래된 공식이 힘을 잃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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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회사들이 몇 년짜리 공급 계약으로 파는 물량을 늘리면서, 값이 내려도 이익이 한꺼번에 무너지지는 않는 구조로 옮겨 가는 중입니다.

시장 가격 대신 장기 계약으로 파는 시대

01

메모리를 파는 방식부터 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메모리를 그때그때의 시장 가격에 팔았습니다.

지금은 고객과 5년 안팎의 계약을 맺고 그 조건대로 파는 물량이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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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계약을 먼저 원하는 쪽은 고객입니다.

AI 데이터센터에 메모리는 없으면 서버를 돌릴 수 없는 부품인데, TSMC 설명대로라면 반도체 공장은 짓고 제대로 가동하기까지 3~5년이 필요합니다.

몇 년 뒤 물량이 모자랄까 걱정하는 고객들이 선수금까지 내며 계약에 나서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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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정은 계약 조건에도 묻어납니다.

샌디스크 경영진은 9월 10일 골드만삭스 콘퍼런스에서 계약에 가격 하한을 넣었다고 말했습니다.

값이 크게 떨어져도 사업 대부분에서 매출총이익률 약 80%를 지킬 수 있도록 짰다는 것입니다.

100원어치를 팔아 원가를 빼고도 80원가량이 남는 수준입니다. 물론 이 수치를 국내 두 회사에 그대로 옮길 수는 없습니다.

다만 장기 계약에 이익을 지키는 장치까지 담길 수 있다는 점은 눈여겨볼 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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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계약으로 파는 물량은 이미 절반을 넘긴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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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라는 9월 3일 자료에서 국내 두 회사 매출의 50~70%가 장기 계약 물량일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SK하이닉스만 따로 보면 생산능력의 50% 이상이 이미 계약에 들어가 있다는 게 JP모건의 계산입니다. 샌디스크도 2027 회계연도 물량의 50%를 계약으로 확보했고, 2028 회계연도에는 그 비율이 67%까지 올라갑니다.

매출, 생산능력, 판매 물량으로 기준은 조금씩 다르지만 결론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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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들이 내놓은 계획도 같은 쪽을 향합니다.

삼성전자는 7월 실적 발표에서 전체 생산능력의 60~70%를 장기 계약으로 채워 가겠다고 했고, SK하이닉스도 핵심 고객을 포함한 10여 곳과 협상을 마쳤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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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값이 오를 때의 몫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JP모건은 SK하이닉스에 계약 밖 물량이 30% 넘게 남아 있다고 봅니다.

값이 내려갈 때는 계약 물량이 실적을 받치고, 값이 오를 때는 계약 밖 물량에서 추가 이익이 나는 구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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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계약 요구는 유통 단계까지 번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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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부품 유통 회사 아브넷은 9월 10일 씨티 콘퍼런스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이 유통 협력사에까지 장기 계약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큰손뿐 아니라 중간 유통 물량까지 계약으로 관리하려는 움직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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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력도 아직 공급사 쪽에 있어 보입니다.

아브넷에 따르면 공급사들의 인상 폭은 대체로 10~25%이고, 값을 내리는 곳은 좀처럼 찾기 어렵습니다. 다만 규모가 작은 고객들은 지난 조정 이후 재고를 쌓기보다 필요한 만큼만 사 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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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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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회사의 실적을 좌우하는 힘이 시장 가격에서 계약 조건 쪽으로 조금씩 옮겨 가고 있습니다.

절반이 넘는 물량이 계약 가격을 받는 만큼, 값이 내려도 2023년처럼 한순간에 큰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은 예전보다 낮아졌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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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값이 급등할 때 이익이 불어나는 속도는 완만해질 수 있습니다.

마침 8월 PC용 D램 고정거래가격은 25달러로 역대 최고였지만, 전월 대비 상승률은 7월 14%에서 8월 4%로 내려와 오름세가 느려지는 조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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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앞으로는 D램·낸드 가격과 함께, 물량의 얼마를 장기 계약으로 파는지와 어떤 가격 조건이 붙는지를 봐야 합니다. 다만 매출총이익률 80%는 샌디스크가 자기 계약을 두고 한 말이고, 국내 두 회사(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계약 조건은 아직 공개된 적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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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라가 추정한 국내 계약 조건에도 현재보다 최대 20% 높은 가격 상한은 있었지만 하한에 대한 언급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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퀄컴, 글로벌파운드리, 앰코는 메모리 값 부담으로 저가 스마트폰 수요가 줄고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값이 지나치게 오르면 완제품 수요가 줄고 그 여파가 메모리로 되돌아올 수 있습니다.

계약 조건이 예상보다 느슨하거나 수요 자체가 꺾인다면 계약만으로 하락을 막기는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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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확인 할 수 있는 이벤트는

9월 하순으로 예상되는 마이크론 실적 발표입니다.

이어 10월 초 삼성전자 3분기 잠정 실적과 10월 말 SK하이닉스 3분기 실적 발표가 나옵니다.

세 회사가 계약 비중과 가격 조건을 어디까지 설명하는지가 판단의 단서가 됩니다.


* 참고자료

1. 노무라 2026-09-03

Global Memory — Discrepancies between fundamentals and share prices

글로벌 메모리 — 기초 체력과 주가의 괴리

국내 두 회사 매출의 50~70%가 장기 계약 · 5년 · 선수금 20~30% · 가격 상한은 현재보다 최대 20% 위 · 하한 언급 없음 · 계약 조건은 연말께 공개 가능

2. 씨티 2026-09-08

세계 TMT 콘퍼런스 샌디스크 CFO 면담

샌디스크 — 공급과 수요 균형이 이어진다고 봅니다

샌디스크 2027년 판매량의 50% 초과가 계약

3. JP모건 2026-09-10

중국 테크·아시아 인터넷 — 새 아이폰·일본 MLCC·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ADR 커버 개시(권재현) 요약 · 생산능력 50% 초과 장기공급계약

4. 골드만삭스 2026-09-10

Americas Technology: Semiconductors — Communacopia + Technology Conference 2026 — Day 2 Takeaways

미국 반도체 — 콘퍼런스 둘째 날 요점

샌디스크 2027 회계연도 50% · 2028 회계연도 67% · 가격 하한으로 매출총이익률 약 80% · TSMC 공장 건설 2~3년, 가동 1~2년 · 앰코 발언

5. 씨티 2026-09-10

US Semiconductors and Semiconductor Equipment

미국 반도체·장비 — TMT 콘퍼런스 둘째 날

아브넷: 유통 협력사에도 장기 계약 요구 · 값 인상 10~25% · 메모리 매출 비중 한 자릿수 초반 → 10%대 중반 · 작은 고객은 재고 안 쌓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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