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상과 가치의 구분]
현상은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을 의미합니다. 가치는 세상사에 대해 개입된 판단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면, "불이 났어"라는 말은 불이 났다는 상태를 설명한 것이며, "불을 꺼야돼!"라는 것은 현상에 대해 우리의 판단이 들어간 것이죠.
정치는 그 대표적인 예시입니다. 인간은 본인의 가치를 통해 움직이고, 비슷한 가치를 가진 사람들이 정치 세력을 형성합니다. 어떤 세력이 정치를 한다는 것은 그 가치가 반영된다는 것이고, 그 가치에 대한 판단은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보수와 진보는 이런 관점에서 나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객관적인 분석을 위해선 때로 가치를 버려야 한다.]
가치를 가진 사람들이 세력을 형성하여 나라를 이끌어 간다면, 그 가치가 내가 추구하는 가치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내가 가진 가치가 될 것 이다 같은 당위성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본다면 우리는 객관적으로 세상을 분석할 수 없을 겁니다. 쉽게 말해, 내가 이 시장은 빠져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면 시장이 빠지는 이유만을 찾을 것이고, 내가 AI 칩 신봉자라면 무조건 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찾기 시작할 것 입니다. 첫 단추를 잘 못 낀다면 어떻게 옷을 입어도 사람이 바보처럼 보이듯, 시작부터 신념으로 시작한다면 그 분석은 아무리 화려한 모델로 예측치를 포장한다 한들 진실은 볼 수 없을 것입니다.
[바이백은 시장을 진정시키지 못할 것이다.]
철학적인 이야기가 너무 길었습니다. 그래서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스콧 베센트의 시장 개입은 실패로 돌아갈 것입니다. 그러나 스콧 베센트는 지속적으로 시장에 개입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인플레이션 상승으로 마무리 될 것입니다. 지난 주 일본 옌 가치 절상에 개입했으나 일시적인 효과였을 뿐, 엔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습니다. 또한 장기채 바이백 발표 이후 채권 금리는 잠시 안정을 되찾는듯 보였으나, 하루만에 상승분을 일부 반납하였습니다.
[실패 원인 - 이자율과 인플레이션]
시장의 이자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이유는 기대 인플레이션이 올라갔기 때문입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오스트리아 경제학의 관점에서 보면 이자율은 '시간 선호'로 정의합니다. 내 손에 있는 참새 한 마리가 좋은지, 앞으로 잡을지도 모르는 둥지 위에 있는 새 두 마리가 좋은지 판단하는 것이죠.
만약 참새 두 마리를 잡을 수 있는 물리적, 심리적 조건이 확실하다면 사람들은 둥지에 있는 참새 두 마리에 확신을 둘 것이고 시간을 들여도 힘들다고 판단한다면 참새 한 마리로 만족할 것 입니다. 복권이 있지 않냐구요? 그렇습니다. 확률이 무지 낮은 대신 그만큼의 대가(Pay-off)를 지급하는 것이죠. (복권 1등 당첨이 100만원이면 지금처럼 많이 구매하진 않을 겁니다.)
여기서 인플레이션의 역할은 미래 현금 가치에 대한 물리적, 심리적 조건을 조성하는 역할을 합니다. 내가 백만원을 가지고 있는데, 내일 그게 50만원 역할밖에 하지 못한다면, 불안하지 않을까요? 월급 통장에 돈이 찍히자 마자 바로 장을 보러 간다든지, 사고 싶은 걸 바로바로 구매할 겁니다. 날이 갈 수록 가지고 있는 돈의 가치가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드는데 굳이 저축을 할 이유가 있을까요? 만약 인플레이션이 100%인 상황에서 저축을 해야 한다면, 최소 100% 이상의 이자율은 받아야 저축할 마음이 생길 겁니다. 본전이라도 챙길 수 있으니 말입니다.
즉, 인플레이션은 돈에 대한 '시간-선호'를 결정하며 '시간-선호'를 통해 결정된 돈의 할인율이 이자율로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즉, 인플레이션은 이자율을 결정하는 주요 요인입니다. 인플레이션이 올라가면 금리도 올라가고, 인플레이션이 내려가면 금리도 내려갑니다.
[전 세계적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는 이유]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는 이유는 정부에서 화폐를 많이 유통하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두가지 방식으로 화폐를 공급할 수 있는데 중앙은행의 화폐발행, 정부의 재정정책입니다. 최근 중앙은행은 최소한 겉으로는 통화축소 기조를 보이는데 반해 각 국가 정부는 재정적자 정책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800조 호남 반도체부터, 각 지원금 등을 남발하며 확장 재정을 이끌어 가고 있습니다. 일본 역시 소비세 인하와 반도체 등 미래 산업에 370조엔을 10년 동안 투자할 것으로 발표하였습니다. 그리고 최근 당선된 영국 총리 앤디 번햄은 주택 및 인프라 건설 등에 "유연한 지출" 을 수행할 것이라 밝힌 바 있습니다. 또한,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미국을 포함한 각 정부는 국방과 관련한 투자를 늘리기 시작했습니다. 미국의 조선업을 아름답게 마스가 역시 국방 투자의 일환이라 볼 수 있으며, 최근 대만 내각도 양안 전쟁 방어를 위해 351억 달러의 예산을 승인하였습니다.
즉, 복지 및 건설 평시 예산이 증가하였을 뿐만 아니라 지정학적 위기로 인한 전쟁 지출(Wartime Spending)이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스콧 베센트의 바이백]
정부 지출 확대로 금리는 2022년 부터 지속적으로 상승 기조를 보였습니다. 코로나발 QE 및 재정지출 확대에 더해 현재 모든 정부에서 국방 및 복지 지출을 늘리면서 기대 인플레이션이 상승하였고, 이에 따라 금리는 상승 기조를 보인 것입니다. 스콧 베센트는 장기채 (10-30년) 의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 장기채 위주 바이백을 한다고 하였지만, 그 이면에는 시장 개입을 통해 금리를 줄이고자 하는 의도가 반영되있습니다.
출처: https://robinjbrooks.substack.com/p/the-global-fiscal-train-wreck
다만, 모든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개입이 금리 인하를 위한 장기적인 정책이라기 보다 단발적인 정책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금리를 낮추려면 기대 인플레이션을 잠재워야 하고, 그럴려면 화폐의 유통량을 줄여야 합니다. 이번 바이백은 정부의 개입이며, 시장에 돈을 푸는 QE이니 화폐의 유통량을 더 늘렸을 것이고, 이는 인플레이션 억제와 대치되는 개념입니다.
[지속될 시도와 실패]
전 지금의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모든 정부가 긴축 재정을 수행하고 중앙 은행 역시 금리 인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스콧 베센트는 시장 개입을 적극적으로 수행할 것이라 예상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방법이 마땅치 않기 때문입니다. 긴축 재정을 시행하고 중앙은행의 급격한 금리인상은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지지율에 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두 번째로 현재 양안전쟁 등 미중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어느 한 쪽이 긴축 재정을 수행한다면 그 쪽은 큰 패배를 감수해야 합니다. 이런 레짐이 얼마나 지속될 지 모르겠지만, 그 동안은 인플레이션 상승으로 금리가 오를 것이고, 중간중간에 바이백 등으로 눌러줄 수 밖에 없는 게 현재 상황인 것입니다.
물론 결말은 인플레이션의 고착화일 것입니다.
[결론]
분석의 철학(?) 부터 시작해 스콧 베센트의 시도와 실패를 살펴보았습니다. 사람은 각자의 가치를 지녀야 하나, 그 가치가 세상을 분석하는 하나의 기준만 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의 바람을 객관적으로 느끼고 그 바람이 어떤 파도를 일으킬 지 사유 해보는 것이 미래를 정확히 볼 수 있는 방식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이렇게 해도 항상 맞을리야 없겠지만, 적어도 큰 실수는 줄일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합니다.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초국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게 제 입장이지만, 세상은 지금 그렇게 돌아가지 않는게 현실이라는 것 처럼 말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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